"미투의 시대, 유용한 도구"…스위스에서 '여성의 성서' 발간

입력 2018-11-27 22:52
"미투의 시대, 유용한 도구"…스위스에서 '여성의 성서' 발간

남성 중심·가부장적 해석에 반대…전 세계 신학자 20명 참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여성의 예속된 모습을 정당화하는 듯한 성서 해석에 반발해 스위스에서 가톨릭, 개신교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이 '여성의 성서'를 최근 펴냈다.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투 운동의 확산 속에 일부 신학자들이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공고하게 하는 성서 해석을 문제 삼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발간 소식을 전했다.

발간에 참여한 신학자들은 올바르게 해석한다면 성서가 여성 해방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성서'를 펴낸 신학자 로리안느 사부아 제네바 대학 신학부 교수는 "페미니스트의 가치와 성서를 읽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성서의 문구가 평등의 가치와 관련 없는, 낡은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엘리자베스 파르망티에 교수와 논의하면서 성서의 문구를 알거나 이해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점에 주목해 '여성의 성서'를 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성서' 발간에는 두 사람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기독교 교파의 다른 신학자 1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서 속에서 약하고 남성에 종속된 모습으로 그려진,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파르망티에 교수는 누가복음에서 예수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서 "마르타가 '영접(service)'한다고 해석해왔는데 그리스어에서 관련 단어(diakonia)가 부제(副祭)를 뜻한다"고 말했다.

마르타라는 여성이 예수를 돕는 부제였다는 해석이다.



'여성의 성서'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898년 미국 여성 운동가였던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은 26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기존의 해석을 뒤집는 성서를 펴내기도 했다.

사부아와 파르망티에 교수는 스탠턴의 작업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120년이 된 그의 오래된 해석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성서 발간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부아 교수는 성서에 대한 가부장적 해석이 끈질기게 유지돼온 점을 비판하면서 "막달라 마리아는 복음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부당하게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부아 교수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어갈 때 남성인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반면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 옆을 지키고 있었고, 예수의 무덤에 가장 먼저 찾아갔으며 부활을 가장 먼저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부아 교수는 "막달라 마리아는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매춘부로 인식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 소설에서는 예수의 연인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서를 역사적 맥락이 아니라 문학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것도 반대했다.

두 교수는 미투의 시대에 자신들의 작업이 쓸모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면서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성서를 버려야 한다고 누군가는 얘기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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