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발목잡힌 연예인…고도의 도덕성 요구에 '진땀'

입력 2018-11-28 06:00
수정 2018-11-28 07:06
부모에 발목잡힌 연예인…고도의 도덕성 요구에 '진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유명 연예인들의 부모 비위 의혹이 연일 보도되면서 가요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본인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비판받는 건 부당하다는 시각이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인으로서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지난 가을 원더걸스 출신 가수 핫펠트(본명 박예은·29)는 부친의 사기 혐의로 홍역을 치렀다. 부친 박모 목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박 목사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핫펠트는 사기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채널A '도시어부' 출연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은 20년 전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경찰은 신씨 부부에 대한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다.

래퍼 도끼(본명 이준경·28)는 어머니가 16년 전 중학교 동창에게 1천여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건이 재조명되며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의혹을 부인하며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논란이 커지자 피해자에게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았다.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36)는 과거 떡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이 쌀가게에서 쌀과 돈 등 2천500여만원 상당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마마무 휘인(본명 정휘인·23)은 친아버지가 지인에게 2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문이 공개되자 아픈 가족사를 공개하며 사과했다.

휘인은 "부모님은 2012년 이혼을 하셨다. 현재 저는 친아버지가 어디에 사시고, 무슨 일을 하시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피해 사실을 접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선 사건의 진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있는 데다, 설령 부모가 죄를 지었다 한들 자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연좌제'는 1980년 10월 개정된 제5공화국 헌법에 금지규정이 신설되면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행복하지 않은 가정사로 부모님과 연을 끊고 산 지 오래인데도 덩달아 욕먹는 경우가 있다.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될까 봐 억울한 속사정을 공개하기도 어렵다"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도 손가락질받는 건 마녀사냥"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론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공인(公人)이라는 데 비중을 두는 의견도 있다. 범죄를 저지른 부모로부터 금전적 혜택을 받고 자랐다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마이크로닷 관련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도끼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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