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북지원단체 잇달아 방북…인도적 지원 기지개 켜나
대북제재로 당장 지원엔 어려움…제재 완화·해제 국면 미리 준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국내 대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잇달아 방북하면서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이 본격적으로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는 27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임원과 사무처 직원 14명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오는 28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방북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과 향후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한다.
1996년부터 대북지원 활동을 해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방북은 2012년 10월 이후 6년 만이다.
이보다 앞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지난 17∼20일 방북해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옥류아동병원, 평양치과위생용품공장, 정성제약공장 등 보건의료 관련 시설을 참관하고, 북측 관계자들과 향후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1997년 설립된 보건의료 전문 비정부기구(NGO)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건립, 병원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대북지원 활동을 펼쳤지만, 남북관계가 침체하면서 한동안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단체가 방북한 것은 2013년 8월 이후 5년여 만이다.
국내 60여개 대북지원 민간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도 지난 21∼24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북민협은 지난달 말에도 평양을 방문해 어린이용 식품공장 등을 참관하고 북측과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중국에서 밀가루 등 대북지원물자를 사들여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민협의 최근 잇따른 방북은 이런 반입 물자가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제대로 분배되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북미 간 기 싸움이 길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당국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단 대북지원단체의 방북은 긍정적이다.
사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북한은 지난 9월까지 대북지원단체와 협의나 방북 논의를 뒤로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민간 교류에 적극성을 보이고 남북 간 풀뿌리 교류가 시작되면서 관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민협 관계자는 "우리가 앞으로 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현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북측에서 보건의료 현장을 비롯해 성의 있게 참관 준비를 해줬다"며 "우리 측이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하자고 요청하는 데 대해 북측은 성의껏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은 최근 방북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으로부터 결핵 검사실 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북측의 의지에 화답하듯 남측 60여개 대북지원 민간단체로 구성된 북민협은 지난 22일 유엔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전면적이고 일괄적인 제재면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현재는 유엔의 대북제재 탓에 사업 협의를 한다고 해도 당장 본격적인 대북지원이나 남북협력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남쪽의 지원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북한 쪽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최근 대북지원단체의 교류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될 경우 남북 협력사업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큰 틀에서는 교착 국면에 놓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실질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해제될 때를 대비해 남북 교류협력을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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