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덮친 중국발 황사…약속 취소하고 집으로 종종걸음

입력 2018-11-27 17:40
수정 2018-11-27 17:44
퇴근길 덮친 중국발 황사…약속 취소하고 집으로 종종걸음

마스크 쓰고 스카프로 입·코 가린 퇴근행렬…"잿빛 하늘에 북악산도 안보여"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중국발 황사의 공습으로 오후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으며 서울의 저녁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27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중국 내몽골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가 저기압 후면의 북서 기류를 따라 남동진하면서 오후 5시를 전후해 서울과 경기도에도 황사가 나타났다.

오후 5시 현재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11㎍/㎥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송파구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낮 한때 248㎍/㎥를 기록했다.

일찍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에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의식한 듯 방한용이 아닌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많았다.

미세먼지 예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여성들은 마스크 대신 목에 두른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감쌌고, 목이 칼칼한 듯 손으로 목을 잡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A(37)씨는 "평소 보이던 북악산조차 안 보여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이런 식이면 일상생활 자체를 어떻게 하나 싶다"고 말했다.



4살 딸아이와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윤모(37)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건 알지만, 안경을 쓰기 때문에 콧김에 시야가 가려 딸한테만 마스크를 씌웠다"며 "겨울로 가까워질수록 미세먼지가 없는 줄 알았는데 외출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금연하고 있다는 직장인 한모(30)씨는 "담배를 안 피운 지 10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계단 오를 때마다 숨이 차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다"며 "건강 생각해서 담배를 끊고 운동한다고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구나 싶어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모(35)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강아지 산책도 며칠째 못하고 있다"며 "하루에 30분 강아지 산책이 즐거움이었는데 개에게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는 말에 산책을 미룬 지가 벌써 며칠째"라고 아쉬워했다.

이씨는 "강아지용 미세먼지 마스크도 시중에 나와 있지만, 반려견도 나도 불편할 것 같아 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직장을 다니는 황모(36)씨는 "오늘 저녁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5시부터 황사가 몰아친다고 하니 선뜻 자리에 가기가 꺼려졌다. 집에 가서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이 씻고 편히 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약속을 깼다"고 말했다.

흰색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던 50대 초반의 택시 기사는 "전에는 얼굴을 가리면 안 된다고 해서 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는데, 요새는 미세먼지가 하도 기승을 부리니까 흰색 마스크는 허용이 됐다"며 "이런 날은 차 안에 있어도 목이 칼칼하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발 황사는 28일 오전까지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최악 스모그·황사 영향…오늘도 초미세먼지 비상 / 연합뉴스 (Yonhapnews)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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