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G20 때 '무늬만 합의' 후 위안화 약세 지속될 듯"

입력 2018-11-27 16:03
수정 2018-11-27 16:08
"미중 G20 때 '무늬만 합의' 후 위안화 약세 지속될 듯"

통화 전문가들 "긴 전쟁 초기 단계일 뿐" 공감대

"달러당 7위안 돌파할 수도"…새 갈등 불쏘시개 될라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담판 이후에도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를 이루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글로벌 통화, 거시경제 전략가 대다수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간 '페인 리포트'의 저자 조너선 페인은 "미중 통상갈등은 단순한 무역흑자를 훨씬 뛰어넘는 문제"라며 "우리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긴 경제전쟁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아시아태평양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인 마이클 에브리도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기껏해야 골칫거리를 뒤로 미루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시 주석은 미국의 요구를 하나도 이행할 수 없고, 그 때문에 합의라는 게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현재와 다를 바 없이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위안 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라는 이름의 조치가 나오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한 금융시장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호주국립은행의 통화 전략가인 로드리고 캐트릴은 미국이 추가 관세부과를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양국이 더 장기적 차원에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회담을 갖기로 합의하는 '내용 없는 휴전'이 선언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악수를 함으로써 긴장을 완화하는 더 진전된 합의가 있을 수 있으나 이 또한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컨설팅업체인 피치 솔루션스는 "미중 관계에서 어떤 화해가 있더라도 핵심 문제에서 견해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치 솔루션스는 최근 미국 관리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기술획득 관행을 맹비난한 보고서를 펴낸 점을 거론하며 "일시적 휴전안조차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신안보센터의 부선임 연구원인 레이철 지엠바는 "중국과의 어떠한 합의에도 방심하지 않을 세력이 미국에 많다"며 "긴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의 외환·환율 전략가인 가레스 베리도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불만이 모두 해소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CNBC방송은 통화 전문가들의 이런 진단을 종합해 미중 정상이 무역 전면전에서 물러날 뚜렷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이 7위안 위로 치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위안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금융시장 불안, 무역 전쟁의 여파로 계속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환율을 달러당 6.9463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당 7위안은 미국과 중국이 함께 주시하는 '심리적 경계선'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고 오래전부터 비난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달러당 7위안 돌파는 중국이 위안의 추가 약세를 방치할 태세라는 상징"이라고 해설했다.

위안 가치가 하락해 달러 대비 환율이 상승하면 중국 수출업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유리해질 뿐만 아니라 무역전쟁 통에 미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고율관세의 타격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추가 긴장을 부르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위안 약세를 강력히 경고했으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지정은 보류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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