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김지영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100만부 돌파 '82년생 김지영'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27일 출간 2년여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은 최근 한국 소설 중 가장 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10월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로, 지난해 4월께부터 뒤늦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역주행 도서'로 화제가 됐다.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서른넷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독박 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을 사회구조적 모순과 연결해 보여주며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남녀 갈등의 중심에 자리했다.
일명 '김지영 현상'은 2017년 3월 8일 여성의 날 금태섭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82년생 김지영' 300권을 구매해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그해 5월 노회찬 정의당 대표가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라고 적힌 '82년생 김지영'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고,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진출했다.
올해 2월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는 등 '미투 운동'과도 궤를 함께했고,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 등 일명 '김지영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주요 대학 페미니즘학회 관계자들이 필수 페미니즘 서적으로 꼽는 등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여성 차별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 또한 '82년생 김지영'을 읽기 시작했다.
다만 '82년생 김지영'은 일부 남성 사이에서 지나치게 여성을 피해자화해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논란이 일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가수 수영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소감을 말했다가 그런 맥락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가수 아이린은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팬의 '탈덕' 현상을 유발했다.
영화화 소식에 이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포털사이트 영화 페이지에서 평점 테러 및 악플을 받은 데 더해 주연 배우 정유미 또한 공격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남녀 갈등은 온라인에서 더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남성들은 의무 복무를 해야 하고 결혼할 때 집을 책임져야 하는 등 남성이 받는 억압적인 대우를 지적한 '92년생 김지훈', '86년생 김현수' 등 '82년생 김지영'의 남성 버전을 양산하며 맞섰다.
평론가들의 평가 또한 엇갈린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에 깔려 있는 여성혐오의 정동(情動)을 공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인 전성욱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조교수는 "여성의 삶을 그렇게 사회적인 통념으로 상투화하는 것은 오히려 반여성적"이라며 소설의 서사 방식을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조차 당연하게 생각하던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면서 모두가 스스로, 타인,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큰 의미가 있다.
100만부 돌파 기념으로 출간된 '코멘터리 에디션'에 실린 인터뷰에서 조남주 작가는 "1992년생, 2002년생 김지영은 앞으로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하고요.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고 있고 다음 세대는 상상이나 관념 속의 존재들이 아니잖아요. (…) 세상은 진보하고 있고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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