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구조조정 나선 GM…트럼프 재선가도 타격 주나
車산업 핵심지역이자 '경합주'인 오하이오·미시간 공장 포함
美언론 "재선 캠페인에 나쁜 소식"…해당 지역 '침울'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지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s)들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부정적 여파가 있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GM이 26일(현지시간) 가동을 중단하거나 임무를 전환하겠다고 밝힌 북미지역 공장에는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공장이 포함돼 있다.
오하이오와 미시간은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 미 북동부의 '러스트벨트'에 포함돼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며 공을 들인 트럼프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지역이다.
특히 오하이오는 미국 역사상 오하이오에서 승리하지 않고 백악관에 입성한 대통령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한 경합주다. 미시간 역시 주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표를 주다가 지난 대선에서 일자리 공약을 믿고 트럼프 후보를 택해준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GM의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쇠락한 지역을 일자리로 소생시키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기 때문에 GM 발표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타격은 오하이오와 미시간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오하이오와 미시간의 공장에서 인원과 생산을 감축하겠다는 GM의 발표는 잠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캠페인에 나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GM의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 정책과 전반적으로 관계가 없지만 여전히 백악관에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언론 악시오스도 "2017년 오하이오 지지자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가 돌아올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이사가지 말고 집도 팔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M의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 소식에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미시시피 주를 방문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GM의 구조조정 계획과 관련, "좋지 않다. 불만족스럽다"며 "그들이 새로운 공장을 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전날 밤 GM의 메리 배라 CEO와 통화했다면서 "그들은 매우 신속하게 새 공장을 열어야 할 것"이라며 GM측을 거듭 압박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로 철강업계에 도움이 됐다고 자랑해왔지만 자동차업계 등 여타 분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미시간주에서 1만1천표 차이로 이겼으나 GM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이 이보다 많다고 꼬집었다. 실직한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GM 발표로 대량 실직사태 위기에 놓인 해당 지역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가동중단 공장이 있는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의 아르노 힐 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로즈타운 인구는 3천명 정도다.
오하이오주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GM의 결정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로즈타운이 지역구에 포함돼 있는 팀 라이언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졸고 있었다. 그는 이 지역사회에 설명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2년 전부터 이 문제에 그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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