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종교갈등 진원지 아요디아…힌두사원 건립 놓고 '폭풍전야'
25일 힌두교도 수만명 건립 촉구 집회…무슬림 "선거 앞둔 선동" 비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도 종교 갈등의 진원지로 꼽히는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 아요디아가 다시 들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힌두 우익단체 비슈바 힌두 파리샤드(VHP) 등을 중심으로 한 열혈 힌두교도 수만 명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아요디아에 모여 그곳 힌두신 라마의 탄생지에 사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요디아 곳곳은 이들이 내건 라마신 포스터와 플래카드로 뒤덮였다. VHP 측은 이날 모인 힌두교도가 5만여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라마신 사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소는 과거 이슬람 바브리 사원이 있던 곳이다.
이 이슬람 사원은 1992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충돌로 파괴됐다. 그 과정에서 2천여명이 숨질 정도로 당시 충돌은 인도 종교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이런 배경 속에 25일 다시 이슬람 등을 겨냥한 대규모 집회가 열리자 아요디아에 사는 무슬림들은 패닉에 빠졌다.
현지 무슬림의 상당수는 이번 행사가 열리기 전에 다른 곳으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무슬림 지도자인 아마드는 BBC에 이번 집회에 대해 "그들(힌두교도)은 대중의 감정을 뒤흔들며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힌두교도들은 16세기 초 무굴제국 초대황제 바부르가 라마 탄생 성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웠으니 이제는 라마 사원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슬림에게 메카가 신성한 곳이듯 아요디아의 라마 탄생지도 힌두교도에게 중요하다는 논리다. 라마는 인도에서 이상적인 지도자 상을 대표하며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반면 무슬림은 그곳이 라마신 탄생지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두 종교계가 팽팽하게 맞서자 주 고등법원은 2010년 문제가 된 아요디아 사원 인근 토지 소유권을 힌두교 측과 이슬람 단체 간에 2대1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문제는 힌두 민족주의에 기반한 인도국민당(BJP)이 2014년 정권을 잡으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BJP는 아요디아에 라마 사원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종교들의 공존을 주장하는 인도국민회의(INC) 등은 BJP가 종교 분열을 통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 한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표는 BJP를 중심으로 모였고 BJP는 당시 집권하던 INC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라마 사원 설립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아요디아 라마 사원 건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JP가 집권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 정부는 최근 아요디아에 22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라마 신상을 건립하겠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총선이 다가오자 BJP가 다시 한번 힌두교도의 응집력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라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6일에는 라마신이 악마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디왈리 축제를 맞아 아요디아에서 대규모 점등식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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