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롯데 감독, 영상 활용한 파격 취임식

입력 2018-11-26 15:09
수정 2018-11-26 16:38
양상문 롯데 감독, 영상 활용한 파격 취임식

양상문 감독 "어미곰 위치에서 선수 보겠다…무한경쟁 준비하라"



(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양상문(57)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답게 취임식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양 감독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말씀드리기 이전에 먼저 영상을 보여드리겠다"며 조명을 모두 끄고 스크린에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어미 곰과 아기 곰이 직각에 가까운 설산을 등반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아기 곰은 꼬물거리는 네 발로 눈을 움켜쥐며 어미 곰을 뒤따라 설산을 오르지만, 가파른 높이 탓에 설산을 오르기가 영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어미 곰은 진작에 정상에 올랐지만, 아기 곰은 아등바등하더니 산 아래로 쪼르르 미끄러지고 만다.

이후 수차례 미끄러지고 오르기를 반복하던 아기 곰은 결국 불굴의 의지로 산 정상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는 게 영상의 마지막이다.



양 감독은 "우리가 보기에는 멀지 않은 눈길이지만 어린 곰에게는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라며 "하지만 어린 곰은 각고의 노력으로 결국 엄마 곰에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바로 어미 곰의 위치에서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겠다"며 "끝내 정상에 올라오고야 마는 27명의 선수로 시즌을 이끌어가겠다"고 천명했다.

양 감독은 "정상에 오르는 27명의 아기 곰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투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며 무한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하지만 27번째 선수라 하더라도 우리 팀의 규정을 어기는 선수는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며 엄격한 규율 역시 강조했다.

양 감독은 "누구든 27번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내부 경쟁을 강조한 양 감독은 이어 김창락 사장, 이윤원 단장, 전 주장 이대호, 새 주장 손아섭, 공필성 수석코치를 단상으로 불러모았다.

양상문 롯데 감독 "팀 전력 약하지 않다"…사직구장서 취임식 / 연합뉴스 (Yonhapnews)

양 감독은 이들과 손을 맞잡은 뒤 취임식에 참석한 선수단에도 서로 손을 잡도록 한 뒤 "롯데, 롯데, 롯데" 구호를 함께 외쳤다.

양 감독은 "오늘부터 우리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양 감독은 마지막으로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포옹했다.

양 감독의 메시지는 새로운 주장으로 '근성 있는 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손아섭을 지명한데에서도 드러난다.

손아섭은 "롯데의 1980-1990년대처럼 근성있고 와일드한 팀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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