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공동 등재로 남북 세계유산 교류 속도 낼까

입력 2018-11-26 17:03
수정 2018-11-26 17:15
씨름 공동 등재로 남북 세계유산 교류 속도 낼까

세계유산은 비무장지대 1순위…조선왕릉 확장 등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을 공동 등재하면서 세계유산 관련 사업에서 남북 교류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는 26일 모리셔스에서 막을 올린 제13차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와 북한이 따로 신청한 씨름을 한데 묶어 공동 등재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 앞서 '대한민국의 씨름'과 북한이 2년 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가 실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이 동시에 등재를 앞둔 점을 고려해 공동 등재를 추진했으나, 시일이 촉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통상적으로 공동 등재를 하려면 각기 제출한 신청서를 철회한 뒤 당사국이 모여 다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무형유산위원회는 씨름이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전승한 민속놀이로, 남북이 신청한 유산이 사실상 같다고 판단해 공동 등재 결정을 내렸다.



유네스코는 무형문화유산 특징으로 세대를 이어 계승하고, 공동체와 집단에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며, 공동체 상호존중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 점을 꼽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북한이 2014년과 2015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아리랑과 김치 만들기는 우리나라도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아리랑과 김장문화라는 명칭으로 등재한 바 있다.

씨름 공동 등재를 계기로 남북이 손을 잡고 무형문화재를 조사하면, 공동 등재할 대상을 적지 않게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기존에 등재한 아리랑과 김장문화를 공동 등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북한에서 준비만 잘되면, 인류무형문화유산의 공동 등재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며 "세계유산이나 세계기록유산보다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은 유산의 장소성이 중요하고 등재 절차가 까다로워 공동 등재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공동 등재를 추진한다면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가 1순위로 꼽힌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4㎞ 폭의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 이후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생태계가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궁예가 강원도 철원에 세운 계획도시인 태봉국 철원성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각종 군사시설이 존재해 문화유산으로서 성격도 갖췄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과 두 유산의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나뉘는데, 비무장지대는 국내 첫 복합유산이 될 만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2009년에 세계유산이 된 '조선왕릉'을 확장 등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조선왕릉은 남한에 있는 무덤 40기로, 북한 개성에 있는 무덤 2기는 제외됐다.

하지만 태조 정비인 신의왕후가 묻힌 제릉(齊陵)과 제2대 임금인 정종과 정안왕후가 잠든 후릉(厚陵)은 유산의 연속성 측면에서 조선왕릉으로 묶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가된다.



세계기록유산도 남북 교류와 공동 등재의 가능성이 충분한 유산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북한은 첫 세계기록유산으로 조선 후기 무예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등재했는데, 국내에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국립중앙도서관에 동일한 책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산을 남북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공동 등재를 시도한다면, 한반도 평화 구축을 지지하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지원을 받아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유산 공동 등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차근차근 관련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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