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모래판 北은 매트…남북 씨름 어떻게 다를까

입력 2018-11-26 17:02
수정 2018-11-26 17:12
南은 모래판 北은 매트…남북 씨름 어떻게 다를까

용어·체급서 작은 차이 존재하나, 큰 틀은 비슷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북 첫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 무기 없이 맨손으로 힘과 기량을 겨루는 다른 무예와 구별되는 점은 바로 샅바다. 샅바는 베나 광목으로 만든 끈으로, 오른쪽 허벅다리와 허리에 두른다.

심승구 한국체대 교수가 지난달 12일 한국문화재재단이 주최한 씨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에 따르면 샅바에 관한 명확한 첫 사료는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가 남긴 그림에서 확인된다.

심 교수는 "샅바가 출현한 이유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승부를 빨리 내려는 목적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 씨름의 첫 번째 특징으로 샅바를 꼽았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샅바를 매는 방식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며 "북한에서는 모래판이 아닌 매트 경기장을 사용하고, 상의를 착용하며, 기립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는 체급 구분이 없고, 남북 사이에는 용어와 점수 계산 방식도 다르다"면서 "분단은 하나의 씨름을 둘로 갈라놓아 남북이 각자 사회적 여건에 맞게 발전시켰다"고 덧붙였다.



박상미 한국외대 교수도 26일 "북한은 우리나라보다 씨름이 관 주도로 성장했다"며 "북한에는 씨름으로 유명한 가문이 존재하기도 하고, 명예로운 칭호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교수는 "샅바를 매고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과 도시화와 산업화로 공동체 씨름이 약화하고 스포츠화한 씨름이 발달한 점은 남북이 동일하다"며 "북한은 지역별 기술적 특징을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는데, 이는 씨름이 다양성을 되살리는 좋은 원천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도 "우리나라와 북한이 각각 작성한 씨름 등재 신청서는 상당히 비슷하다"며 "남북이 씨름의 역사성은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즉 남과 북이 하는 씨름은 경기 방식에서 작은 차이가 존재하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곽낙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1936년부터 1941년까지 진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료인 '조선의 향토오락'을 기초로 일제강점기 남북 씨름 분포를 분석하기도 했다.

곽 연구원은 "지역별로 씨름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서울과 경기도는 단오·백중·추석, 충청도는 백중·추석, 전라도와 경상도는 추석, 강원도는 단오·추석이었다"며 "북한 지역인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는 모두 단오에 씨름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씨름은 개인별 대항이라기보다 공동체 내부 혹은 지역 간에 펼친 대규모 놀이라는 특징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는 남북 문화와 체육 교류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 교수는 "남한은 북한 씨름에 남은 토박이말이나 옛 경기 방식에 관심이 많고, 북한은 절기에 즐기는 남한 씨름 문화와 국제 감각에 필요한 규칙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며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면 씨름의 바탕이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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