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예산 때문에 EU 제재받는 일 없을 것"(종합)
융커 EU 집행위원장 "우리는 이탈리아와 전쟁하는 게 아니다"
현지일간 "총리, 기본소득 도입·은퇴연령 하향 내년 4월로 연기 제안할 듯"
(로마·제네바=연합뉴스) 현윤경 이광철 특파원 =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재정 지출을 확대한 예산 때문에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콘테 총리는 전날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찬 후 이탈리아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대화로 EU 지침 위반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부 장관을 대동하고 만찬에 참석했던 그는 "결론을 내기 위한 만남은 아니었다"며 "상호 존중 속에 모두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대화였다"고 덧붙였다.
융커 위원장도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탈리아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나는 많은 이탈리아 청년, 이민자들과 자랐다. 이탈리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만찬에 대해 "활기차고 흥미로웠다"면서 "관점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 "융커 위원장이 내년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이탈리아에 60억∼70억 유로의 지출 삭감을 요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융커 위원장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두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에게 EU를 향한 중상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고 전했다.
경제지 일 솔레 24오레는 "콘테 총리가 50억 유로의 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도입과 은퇴 연령 하향 시점을 내년 4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탈리아 정치인 가운데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콘테 총리와 융커 위원장의 만찬 회동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매년 EU에 50억 유로를 분담하고 있는 6천만 이탈리아인들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탈리아인들은 공부하고, 일하고, 은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나를 정부로 보냈고, 나는 그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예산안을 둘러싼 EU와의 줄다리기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U는 이달 21일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정한 이탈리아의 2019년 예산안이 EU 예산편성 지침을 위배했다고 결론 내렸다.
EU 지침은 예산편성 때 재정적자 상한을 GDP의 3%로 정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GDP의 131%에 이르는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2.4%도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4%는 전임정부가 설정한 재정적자 규모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한차례 반려됐던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EU는 내년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비율이 실제로는 2.9%에 이르고 2020년에는 EU 상한선인 3.0%를 넘어선 3.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지침을 거부한 이탈리아에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에 정해진 대로 GDP의 0.2%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일단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당장 제재 절차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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