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연쇄 정상외교 발판' 북미고위급회담 주중 열릴까
30일 아르헨 G20에 美 수뇌부 참석…주초 北김영철 동선에 촉각
美 제재 예외인정·독수리훈련 축소 발표로 대화 환경은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의 북미고위급 회담이 금주 중에 열릴지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대형 정상외교 일정이 관련국들의 당초 구상대로 순조롭게 개최되려면 북미 고위급회담이 11월 중에는 열려야 한다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비핵화 초기 조치 대(對) 상응조치' 합의의 밑그림이 어렴풋이나마 나와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연내'(남북정상회담)와 '내년 초'(북미정상회담)를 목표 시점으로 상정해 의전상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역산하면 북미 고위급회담이 더 늦춰져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기일이 12월 17일이라는 점에서 그 전으로 김 위원장 방남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남쪽에서 열릴 첫 남북정상회담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하지만 11월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25일 현재까지도 북미 고위급회담에 대한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아르헨티나)가 30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만큼 주초에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움직임이 베이징(北京) 등에서 포착되지 않으면 이달 내 고위급회담 개최는 어려워진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김영철 간 고위급회담을 생략한 채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고위급회담 또는 실무회담의 개최 일정은 상당 부분 북한의 결심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개최하는 것으로 미국 측이 발표했다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연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7∼28일께 뉴욕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제안했으나 북한이 그에 대해 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고위급회담에 앞서 쟁점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한 물밑 조율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적으로 협상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추정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 발표 때 인민들에게 경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 입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것을 하기가 어렵다"며 "북한으로선 북미대화 전에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사전 언질을 받고 싶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하급회담을 해서 비핵화 조치 약속을 받은 뒤 정상회담을 하려 하는 반면, 북한은 신고·검증보다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초점을 맞춘 합의를 정상회담에서 타결짓기 원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외교가는 11월 안에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방향으로 가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간에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 핵 프로그램 신고·검증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이유로 대화의 판을 깨려는 생각은 현 상황에서 북미 어느 쪽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를 통한 대미 비난 등 북미협상이 여의치 않을 때 포착되는 북한발 '징후'도 미미하다.
거기에 더해 미국이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 현지 공동조사와 관련한 대북 제재 적용을 면제하는 데 동의하고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연합 '독수리훈련'의 범위를 축소하기로 일찌감치 발표한 것 등은 북미대화에 긍정적 요인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신범철 센터장은 "11월 중에 열리지 않더라도 12월 중에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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