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장애 장기화…'광케이블 밀집' 지하구에 소화기만 비치

입력 2018-11-25 11:33
수정 2018-11-25 12:49
KT 통신장애 장기화…'광케이블 밀집' 지하구에 소화기만 비치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 제외…집중 수용 방식도 도마 위

통신구 화재, 예외없이 대형 장애로 이어져…보상방안 관심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T[030200] 서울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 장애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통신 핵심 설비인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에 타면서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 완전 복구에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5년간 이 정도 규모의 장기 통신장애는 없었다.

대규모 통신장애를 초래한 데는 허술한 방재 설비와 관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 통신장애 이틀째…완전 복구까지 일주일

25일 KT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에서 이날까지 통신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구는 케이블 부설을 위해 설치한 지하도를 뜻한다.

무선전화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60%가량 복구됐지만, 데이터 통신은 여전히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카드결제를 포함한 일반 인터넷 회선은 70%, 기업용 인터넷 회선은 50% 복구된 상태라고 KT는 전했다.

인터넷 서비스는 유선을 이용하는데, 통신구 내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훼손되면서 이날까지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장애 복구는 피해 구간을 지상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T는 "전날 화재 진압이 완료되자 오후 11시부터 직원들이 방독면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통신구 진입을 시도했으나 소방당국에서 안전상 문제로 진입을 불허했다"며 "신속한 복구를 위해 케이블을 지하 통신구가 아닌 외부에서 건물 내 장비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무선전화는 현장에 투입된 이동기지국과 인근 국사로 트래픽을 우회할 수 있어 유선보다는 복구 속도가 빠르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소실된 광케이블과 회선까지 복구하려면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소방당국과 KT는 보고 있다.

◇ 17만 회선 통신구에 소화기만 비치

대규모 통신 장애가 이틀째 이어지자 허술한 설비 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아현지사는 통신설비가 밀집된 집중 국사다.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천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지만,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말 아현지사 상주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애초 불이 나더라도 즉각 대응이 어려웠던 구조다.



소방법상 허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소방법은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m 미만이라 방지설비 설치 의무가 없다.

이를 두고 통신회선으로 전송하는 서비스와 트래픽 양이 급증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가 집중 국사를 운영하며 통신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와 회선을 한 군데에서 집중 관리하다 보니 통신구 한 곳의 화재로 서울 주요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장비를 이중화하고 분산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형 장애로 이어진 통신구 화재

KT 통신장애가 만 하루를 넘기면서 최근 15년간 최장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2014년과 올해 각각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2004년 이후 통신장애는 23차례, 55시간40분에 달한다. 이 중 만 하루를 넘긴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오류, 하드웨어 불량, 과부하 등으로 인한 사고로, 이번 통신구 화재처럼 설비가 직접 훼손되지 않아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과거에도 통신구 화재는 대형 통신장애로 이어졌다.

1994년 3월 10일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 사태를 몰고 왔다. 화재로 지하 통신구 내의 광케이블이 타면서 통신선로 32만1천회선이 손상돼 전화회선은 물론 방송회선까지 끊겼다. 전화는 화재 발생 나흘만인 14일 오전에야 완전 복구됐다.

같은 해 11월 18일에는 대구 지하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구 시내 통신망이 마비됐다.

2000년 2월 18일에는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불이 나 21일까지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이번 통신장애 역시 피해 규모가 큰 만큼 보상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KT 관계자는 "보상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KT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고객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다. IPTV는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를 보상한다.

하지만 통신 두절에 따른 영업 피해는 보상한 전례를 찾기 힘들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1994년 종로 통신구 화재 때 한국통신은 간접적 경제 손실은 보상하지 않았고, SK텔레콤[017670] 역시 2014년과 올해 4월 통신 장애 시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대리기사나 택배기사 등에 별도 보상을 하지 않았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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