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프리카 약탈문화재 반환 추진 '속도'
대통령 특별고문, '문화재관리법 개정' 보고서 마크롱에 제출
마크롱, 작년 11월 아프리카 방문시 반환 추진 약속…과거사 청산 일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에서 약탈해온 문화재의 반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르몽드와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언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검토 특별고문인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베네딕트 사부아와 세네갈 출신 작가 펠륀 사르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문화재관리법의 개정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지난 3월 특별고문으로 위촉돼 독립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진행해온 이들은 문화유산의 해외 증여를 금지한 현 문화재관리법의 개정을 제안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1885∼1960년 사이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프랑스 군대와 정부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의 경우 해당 국가 정부의 공식 요구가 있으면 문화재를 영구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파리의 국립 민속문화박물관인 케브랑리에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아프리카 문화유산이 4만6천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네갈 출신의 경제학자인 사르는 일간 리베라시옹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정부의 구상에 회의적이었지만 괜히 하는 말이 아님을 확신하게 됐다"면서 "정부가 (아프리카 약탈문화재 반환을 정말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의지를 읽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19∼20세기에 아프리카 대륙을 분할 식민지배하면서 군대와 정부관리들이 대규모로 문화유산을 약탈해 프랑스로 가져왔다.
파리의 케브랑리(Quai Branly) 박물관만 해도 아프리카 문화재 7만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런던의 대영박물관(브리티시뮤지엄도)에도 이에 버금가는 양의 아프리카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아프리카 전체 문화유산의 90%가 현재 본토가 아닌 유럽에 있다는 추정도 있다.
마크롱의 특별고문이 보고서 제출을 완료함에 따라 프랑스의 약탈문화재 반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과거 제국주의 정책을 폈던 서방 국가 지도자 중에서 약탈문화재의 반환검토를 지시한 첫 정상이다.
문화재 반환은 마크롱 대통령이 작년 서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작년 11월 부르키나파소의 와가두구대학 특강에서 그는 "아프리카 문화재는 파리에서도 가치가 있어야 하지만, 다카르(세네갈), 라고스(나이지리아), 코토누(베냉)에서도 그래야 한다"면서 "앞으로 5년간 아프리카 문화재를 아프리카로 일정 기간 또는 영구 반환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어 지난 3월 2명의 문화재 반환 특별고문을 위촉하고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대통령이 문화재 반환 추진의 최종 행동에 나서기 전에 몇 가지 추가 자문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추진은 마크롱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마크롱은 지난 9월 1957년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실종된 모리스 오댕이 당시 그를 투옥한 프랑스군으로부터 고문을 당해 숨졌다고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재 반환 추진이 온전히 선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구(舊) 식민지국들과 관련한 철저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조치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프랑스는 서아프리카의 옛 식민지국들에서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넓혀가자 이 지역에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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