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생은 필요하다는데…경기화성 상담사 무더기 해고

입력 2018-11-24 09:00
수정 2018-11-24 10:44
학교와 학생은 필요하다는데…경기화성 상담사 무더기 해고

"제멋대로 고용주 바꿔 무기계약 전환도 못 해"

화성시·경기도교육청 서로 남 탓하며 책임 전가

(화성=연합뉴스) 이영주 류수현 기자 = "선생님 계속 계시는 거죠? 어디 안 가죠?"

경기도 화성의 A초등학교 상담사인 박모(여)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학생들에게 이 질문은 받을 때마다 난처하기만 하다고 했다.



얼마 전 고용주로부터 다음 달 31일까지로 근로계약이 종료되고 더는 계약 연장이 없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아 한 달 뒤쯤이면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데,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고 의지하는 학생들에게 차마 이별을 통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교 청소년상담사(이후 상담사)다. 교내 상담실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인 심리상담, 또래상담,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을 맡고 있다.

이밖에 한부모 가정의 학생, 학교폭력 등으로 인한 학교 부적응 학생 등 세심한 관찰과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도 박씨가 돌보고 있다.

박씨와 같은 학교 상담사는 2012년 화성시가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 창의지성교육도시 MOU'를 체결하면서 화성지역 일부 학교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근무지는 학교이고 주 업무도 학생 상담인데, 고용주는 화성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민간위탁한 사단법인 청소년불씨운동이란 곳이다.

업무협약 초기엔 학교장이 직접 고용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이 2016년도부터 학교장 고용 계약직을 전면 금지하면서부터 소속이 엉뚱한 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때 도교육청은 2016년 이전까지 근무한 상담사 중 근무 경력이 2년 이상인 자들은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줬지만 박씨처럼 2년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은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사실상 해고해버렸다.

다행히도 당시 채인석 전 화성시장이 박씨를 포함한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몰린 상담사 40명의 고용을 민간 위탁 형식으로 떠안겠다고 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당장 내년부터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박씨는 "시와 도교육청의 업무협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더 남았는데 하루아침에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고용주가 제멋대로 바뀌지 않았다면 저는 진작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며 "지금도 한 곳에서 2년 넘게 일했지만, 무기계약직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교 상담사 고용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화성의 B초등학교 교감은 "상담사분들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교폭력 등으로 갈등을 겪는 아이들에 대한 상담을 도맡고 있다. 시에서 사업을 중단한다면 수년간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맺은 상담사 자리를 공백으로 둘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시 측은 고용을 중단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도교육청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시 혁신교육지원팀 관계자는 "학교상담사는 교육청과의 업무협약 부속합의서에 근거한 한시 사업이므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며 "이재정 교육감의 1학교 1상담교사 배치 공약과 시의 상담사 사업이 중복된다고 판단해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역시 지자체가 고용하는 학교 상담사는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 관계자는 "시에서 위탁 고용했기 때문에 이분들 고용문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시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는 상담사 배치 중단 이유로 교육청의 1학교 1상담교사 배치를 거론하는데, 무책임하다"며 "교육감 공약인 1학교 1상담교사도 계약직이 아닌 정규교사를 늘리겠다는 것이며 최종목표를 제시한 것이지 당장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박씨 등 상담사들은 고용 안정을 호소하며 화성시청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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