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트로트로 교통안전 교육…'노래하는 경찰' 황선재씨
8년째 어르신 마을 경로당 등 찾아다니며 예방 교육
(영암=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멈추고 살펴보고 길을 건너요, 이제는 더 이상 무단횡단 안 돼요.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슬픔만은 안돼요."
전남 영암경찰서 읍내파출소 소속 황선재(50) 경위는 비번이나 휴무일이면 한 달에 한두 차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다.
황 경위는 8년째 마을 경로당, 사회복지회관 등을 찾아다니며 구수한 트로트 음악에 맞춰 직접 개사한 교통안전 노래를 전파하고 있다.
그가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 곡에 맞춰 '안전 이름표'를 멋들어지게 부르면 마을 어르신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고 노래를 따라부른다.
1991년 경찰에 입문한 황 경위는 교통사고조사계에서 13년을 근무하면서 농기계나 무단횡단 등 수많은 사고를 접해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사고가 반복돼 어떻게 하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전단을 나눠주며 "안전띠 매세요"라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 경위는 2011년 파출소 근무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활용해 교통안전 교육을 하기로 했다.
무단횡단 및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헬멧·안전띠 착용을 강조하는 가사를 만들어 노래로 흥얼거렸다.
경찰서 직장 훈련 때 시연을 해봤는데 동료들의 호응이 좋자 순찰을 하면서 마을 경로당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노래교실 프로그램이 열리는 사회복지회관에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순사가 왜 왔느냐"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황 경위의 팬이 됐다.
오일장에서 우연히 만날 때면 "우리 황 순경 한 번 달아(닿아)보자"며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한다.
이제는 각 마을이나 시·군청에서 강의 요청도 자주 들어오고 올해부터는 전남도청에서 주관하는 남도안전학당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2일에는 영암군 사회복지회관에서 어르신 100여명을 상대로 교육을 했다.
황 경위는 25일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 워낙 어르신들을 좋아한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사고가 조금이라도 줄면 좋겠다는 생각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이곳저곳 찾아가 교통사고와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역의 모든 어르신께 노래를 들려드리고 노인교통사고가 사라지는 날이 오길 바라며 앞으로도 '가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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