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인도·파키스탄 화해 물꼬 트나…국경 순례길 개통 합의
인도부터 파키스탄 내 시크교 성지까지 순례길 각각 건설키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관계가 더욱 경색된 '앙숙' 인도와 파키스탄이 양국 국경을 관통하는 순례자 길을 신설하기로 해 점차 화해 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인도 펀자브 주(州) 지역에서 파키스탄 쪽 펀자브 주 카르타르푸르의 시크교 성지 구르드와라 다르바르 사히브를 연결하는 길을 닦고 시크교도의 순례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카르타르푸르는 시크교의 교조 나나크가 16세기에 생애 마지막 18년을 보낸 곳이다. 국경 인근에 자리잡은 성전 구르드와라 다르바르 사히브 카르타르푸르는 나나크가 숨진 자리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시크교도들이 특히 숭상하는 곳이다.
하지만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한 뒤 인도 쪽 시크교도들이 이곳을 방문할 길이 사실상 막혀있었다. 양국 간에는 직항편이 없을 정도로 교통편이 단절된 상태인 데다 인도는 카르타르푸르를 방문하려는 시크교도에 대한 비자발급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번 합의에 따라 각각 국경에 이르는 순례길을 건설한 뒤 조만간 개통할 예정이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순례자들을 위해 국제공항과 비슷한 편의 시설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최근 여러 이슈로 갈등을 빚던 양국 간에 화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공보부 장관은 이번 양국 결정에 대해 "평화를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 8월 파키스탄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다가 다시 얼어붙은 상태다.
양국은 2016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평화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 9월 말 외무부 장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분쟁지인 잠무-카슈미르 주(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인도는 그간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의 테러리스트를 암묵적으로 지원한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파키스탄은 최근 카슈미르에서 활동하다가 목숨을 잃은 테러리스트를 '기념'하는 우표도 선보여 인도를 자극한 바 있다.
양국은 영국에서 독립한 후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 핵무기 개발 경쟁 등을 벌이는 등 날카롭게 맞서왔다.
특히 카슈미르와 관련해서는 전쟁까지 치른 끝에 지역을 분할, 통제선(LoC)을 경계로 각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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