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구소장, 쿠릴섬 2개 반환에 '미국이 장애'
외교부 대변인도 '미군 주둔 않는다' 美의 확실한 약속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2개를 일본에 돌려주려 해도 미국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의 왈레리 키스타노프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23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에서 반환 후 이들 섬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반환대상으로 거론되는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2개섬이 반환되더라도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구속력 있는 법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타노프 소장은 냉전시대 말기에 미국이 당시 소련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동쪽으로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이 약속을 깨뜨린 사례를 거론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군기지를 두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약속은 현실적인 것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 일본은 러시아를 봉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악화가 계속되는 상태여서 "미국은 일본과 러시아의 접근에 격렬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하보마이, 시코탄 2개섬에 대해 "미일안보조약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지역으로 인정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키스타노프 소장은 또 러시아와 미국, 유럽 각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영토문제에서) 일본에 양보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일본 국내에선 1956년 당시의 일소공동선언에 명기된 2개섬 반환에 합의하고 나머지 2개섬인 구나시리(國候), 에토로후(?捉)에서 공동 경제개발을 하는 '2개섬+알파'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키스타노프 소장은 이에 대해 "이론상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면서도 미국이 관련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일본과 러시아 양국이 '2개섬+알파'안을 실현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반환이 논의되는 하보마이, 시코탄 2개섬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실히 약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자하로바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 "몇년 전 진지하게 다뤄졌던 국제적 합의가 지금은 국가 지도자에 의해 쉽게 파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NHK는 이 발언이 지구온난화 대책인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국제기구에서 잇따라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미군이 이들 섬에 주둔하지 않는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확실하게 약속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