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中 화웨이 쓰지말라" 안보동맹국들에 압박 작전(종합2보)

입력 2018-11-23 17:26
美정부 "中 화웨이 쓰지말라" 안보동맹국들에 압박 작전(종합2보)

정보수집·사이버공격 우려…미군 주둔지에 특히 예민

한국 이통사 "美 정부 접촉 없어"…화웨이 "용인해선 안 될 행동"

中외교부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공평한 투자환경 제공해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장재은 고현실 기자 김윤구 특파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안보동맹국들의 기간시설로까지 확대됐다.

중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네트워크에 장비를 공급한 뒤 불법 정보수집이나 통신 방해를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모바일, 인터넷업체들이 화웨이가 생산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이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소식통들은 미국 관리들이 화웨이 장비가 이미 널리 쓰이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동맹국의 관리들과 통신업체 임원들에게 사이버안보 우려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에는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의 사이버 보안 우려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WSJ 보도와 관련해 화웨이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미국 정부의) 이런 행동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정부의 행동이 해당 관할 범위를 넘어설 경우 이를 격려하고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화웨이는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글로벌 주요 통신사, 국내외 500대 기업 및 수억 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수많은 기업 및 소비자가 화웨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화웨이에 대한 신뢰와 그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파트너사 및 고객이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확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화웨이를 거들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 상황은 모른다면서도 "관계 있는 국가들은 중국 기업이 투자할 때 공평하고 공정하며 예측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현지의 법률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과) 협력하도록 장려한다"고 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무선, 인터넷 제공업체들은 차세대 통신기술인 5G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장비의 구입을 준비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5G 기술은 사물인터넷의 토대이며 생산설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이런 환경에서 화웨이 장비를 통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통신을 불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미국 관리는 "통신 기간시설에 존재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우려를 두고 세계 각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5G를 추진하는 곳에 그런 우려를 전한다"며 "5G 네트워크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더 취약해지기에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의 목적은 공공,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화웨이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특히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들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특별히 민감한 통신을 위해 자체 위성통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군사시설에서 대부분의 통신이 민간의 상업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스마트폰을 많이 판매하는 업체로, 휴대전화 기지국이나 인터넷 네트워크 등 현대적 통신을 뒷받침하는 기간시설에 들어가는 부품에서는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WSJ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자국에 화웨이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작전의 전선을 해외로 확장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화웨이는 2012년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 염탐이나 통신방해 우려가 있는 국가안보 위협으로 적시된 것을 계기로 미국 시장 접근이 봉쇄된 바 있다.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들은 미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이미 등재돼 있다.

미국 의회는 연방 공공기관들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사들이는 행위를 금지했다.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ZTE로부터 장비를 사는 데 연방정부 보조금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억제 작전이 디지털 세계의 지배력을 놓고 미국 동맹국들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냉전'의 일부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 정부가 도발을 일삼는 국가나, 완전한 적성국을 포함한 권위주의 정권들을 이롭게 하는 기술 강호들이 발호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정보공동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구성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공개적으로 화웨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올해 8월 화웨이와 ZTE를 5G 네트워크에서 배제했고 영국 정부는 화웨이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는 통신장비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WSJ은 미국의 이번 작전이 미중 무역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이유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의 상업거래로 기술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기업의 미국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에 정통한 관리들은 통신 네트워크의 취약성에 대한 경계심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도 있었던 장기적인 국가안보 우려라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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