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들 "무함마드와 사진 찍어야 하나" 딜레마 빠질듯
사우디에 무기판매 중인 메이-마크롱 태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다음 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참석할 경우 참석자들은 그와 사진을 함께 찍어야 할지 곤혹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예멘 내전을 비롯, 최근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등 사우디 지도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카슈끄지 피살을 지시한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어울릴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G20에 참석하는 주요국 정상들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 지적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됐다는 자국 정보기관(CIA)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옹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예외로 치더라도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영국 및 프랑스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가디언은 G20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정상에게 무함마드 왕세자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정치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아동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예멘 내전 발발 4년 만에 5세 이하 아동 8만5천명이 기아와 질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최대 1천400만명의 민간인이 내전으로 인한 기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정부 동맹군이 예멘 경제를 무차별 초토화한 때문이고 여기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의 잔혹한 피살 사건이 더해지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G20이 중대한 순간"이라면서 "우리는 예멘과 레바논 및 기타 지역과 카슈끄지 사건 등 위험하고 무모한 정책을 벌이는 왕세자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멘의 경우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세계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사우디 지도부 책임론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이번 G20에 참석, 다시금 사우디의 책임을 거론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무함마드 왕세자와 '충분한'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깊은 딜레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아직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만약 무함마드 왕세자와 다정하게 어울릴 경우 무기판매 문제가 다시금 집중 부각될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 두 정상은 현재 국내적으로 인기가 저하된 상황이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차관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G20에 참석하는 독재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상징하는 메르켈과 마크롱, 메이, 그리고 트뤼도(캐나다)는 그를 껴안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G20 참석을 강행할 경우 외교적, 정치적 차원을 넘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론상 집단학살과 같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 발생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나라가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보편적 사법관할 원칙에 따라 무함마드 왕세자가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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