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열발전 참가 유럽업체는 지진유발 알고 있었나…의혹 제기

입력 2018-11-22 16:06
포항지열발전 참가 유럽업체는 지진유발 알고 있었나…의혹 제기

시의원 등 포항시민대표 "강진 이전 철수"…정부조사단 "조사하겠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 지열발전소에 유럽업체가 참여했다가 상당한 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철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독일에서 지열발전소를 만들었다가 지진이 일어나자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난 규모 5.4 지진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지열발전정부합동조사단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백강훈 포항시의원, 양만재 '포항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연구위원은 22일 "유럽업체 B사가 포항지열발전소 건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규모 3.1 지진이 난 이후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백강훈 시의원과 양만재 위원은 지난 14일 정부 합동조사단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확인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백 시의원과 양 위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B사는 한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 7곳의 지열발전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 란다우지역에서 지열발전소를 건립했다.

그러나 2007년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지열발전소를 방치하다가 2014년 가동을 중단했다.

백 시의원과 양 위원은 "독일 시민단체는 당시 지진이 지열발전소 물주입으로 일어났다고 했다"며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듣기 위해 조만간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를 국내에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B사는 포항에서도 지열발전에 참여했다가 규모 3.1 지진이 나자 독일 사례가 있어서인지 부담을 느껴 철수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3.1 지진이 난 이후 포항지열발전소가 물주입을 중단했으면 지진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포항시민은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난해 규모 5.4 지진을 불러일으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넥스지오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포항지진 진앙과 가까운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대에 4㎞ 깊이 지열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국내에서 처음 건립했다.

설비용량 1.2㎿급 발전소를 만들어 시운전하다가 포항지진과 연관 의혹이 일자 지난해 11월 가동을 중단했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포항지열발전소가 지하 시추공에서 물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63회 소규모 유발 지진이 발생한 사실이 포항지진 이후 확인됐다.

또 2006년 12월 스위스 바젤에서는 규모 3.4 등 두 차례 유발 지진이 발생한 뒤 검찰이 시행사를 압수수색하고 지열발전소를 폐쇄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B사가 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한 지열발전소 사례를 봤을 때 포항지열발전소와 규모 5.4 지진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백 시의원과 양 위원은 "지열발전을 할 때 물을 20∼30MPa(메가파스칼) 이상 압력을 가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도 포항지열발전소는 무리하게 89MPa 압력으로 주입했다"며 "지열발전정부합동조사단에 여러 의혹을 제기했고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앞으로 알아본 뒤 조사가 끝나면 발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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