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벗어나면 별 쓸모없는 시스템"

입력 2018-11-22 15:19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벗어나면 별 쓸모없는 시스템"

신간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비트코인에 대한 무지와 오해 깨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주변에서 인류 최초의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들은 잘 알지 못한 채 허세를 부리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경제학자 사이페딘 아모스는 신간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터닝포인트)'에서 "'비트코인은 중요하지 않으나 비트코인에 숨은 블록체인 기술은 유망하다'는 염불을 지겹게 반복하는 금융사 임원, 언론인, 정치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비트코인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저자에 따르면 요즘 가장 '신앙적'으로 생겨난 오해가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을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오직 비트코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비트코인 거래에서만 유용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의 개발 이유와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알 수 있다.



비트코인 탄생 전 거래 방식은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접 현금을 주고받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 페이팔 같은 '제삼자'가 송금과 지불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가명(사토시 나카모토)을 쓰는 한 천재가 제삼자를 신뢰하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으며, 거래 당사자 외에는 누구도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순수한 개인 대 개인(P2P) 거래 방식의 '전자현금'을 발명해냈다.

화폐 공급량은 최대 2천100만개로 정해져 '희소성'을 띠고 거래를 성립하게 하는 주체가 분산되므로 정부 등이 개입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없다. 이는 인류가 그토록 원했던 이상적인 '착한 화폐'의 모델이다.

이런 거래 방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비트코인을 발행하려면 네트워크 구성원들로부터 검증을 받아 채굴력 5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검증된 거래 기록은 새로운 블록(1Mb)으로 저장되고 구성원 모두의 장부에 복사본으로 저장된다.

무엇보다 누구도 장부를 고칠 수 없고, 신뢰 대신 동의만 필요하다는 점이 바로 비트코인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점 때문에 비트코인의 장래를 밝게 본다.

그런데 이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형이어서 비효율적이고 화폐 발행도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걸린다는 맹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아직도 비트코인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은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을 벗어나면 비싸고 효율이 떨어지는 기술이어서 별로 쓸 데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된다.

저자는 "9년이 흘러 (비트코인) 사용자 수백만 명을 확보한 현재 사토시가 만든 구조는 디지털 현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을 뿐 그 외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았다고 말해도 과언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흔한 오해도 상세히 풀어준다.

예컨대 비트코인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에 의해 활용되기 좋다는 오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익명성만 있을 뿐 신원을 완전히 숨기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신원만 확인되면 모든 거래가 추적되게 설계돼 있다.

해킹에 취약하다거나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채굴력 51%를 장악해 사기 거래를 할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 기술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무엇보다 경제학적으로 모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킹이나 채굴력 장악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면 희소성을 띤 비트코인 가치가 0에 가까운 쪽으로 계속 떨어지게 되고, 결국 사기를 칠 때 드는 비용이 얻는 보상보다 훨씬 커지므로 자연스럽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위대선 옮김. 424쪽. 1만7천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