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MI6, 트럼프 지시한 '러 대선개입 의혹 기밀공개' 저지 총력"

입력 2018-11-22 11:53
"英MI6, 트럼프 지시한 '러 대선개입 의혹 기밀공개' 저지 총력"

정보원 신원·정보수집 노하우 노출 우려에 英美 정보당국 전전긍긍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조사 신뢰성' 타격주려 FBI 기밀자료 공개 강행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영국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시한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된 기밀자료 공개를 막으려 애쓰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해외정보국(MI6) 고위 관계자들은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감청하기 위해 '외국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미 연방수사국(FBI)이 발부받은 21쪽짜리 영장의 기밀해제를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기밀 자료는 미 대선을 1개월 앞둔 2016년 10월 트럼프 선거캠프의 페이지 고문에 대해 FBI가 신청한 감청영장이다.

당시 FBI는 러시아 정부가 케이지 고문을 포섭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그에 대한 감청영장을 신청했고 FISA는 90일간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감청영장을 발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반(反) 트럼프 성향 법무부와 FBI 고위층들이 자신에게 오명을 씌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다는 차원에서 법무부와 FBI에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된 자료의 공개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영장 가운데 21쪽의 기밀해제를 지시했다가 한발 물러서는 것 같더니 이달 다시 기밀해제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보기관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익명 관계자를 인용, MI6가 영장 내용이 공개될 경우 정보원 신원이 노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미 정보기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정보기관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사람들 신원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보원이나 (정보수집) 방법을 공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영국 정보당국이 이번 사례가 정보원들이 자신의 신원과 제공한 정보가 언젠가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보 제공을 꺼리는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염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기밀 정보공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영국 정부는 미국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이 언론을 상대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 선거캠프 고문을 지낸 인사들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 핵심 인사들과 러시아간 접촉이 주로 영국에서 이뤄졌다는데 근거해 수사 초기 영국의 역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영국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탈퇴를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상황에서 양국의 긴장 관계에 불을 지필 우려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선거캠프 외교 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풀로스는 지난 9월 미 법원에서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14일 구류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영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겨냥했었다며 투명성을 위해 기밀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파파도풀로스는 미국 폭스뉴스와 6차례 이상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영국 정보당국에 의해 런던으로 유인돼 서방 정보기관의 계략에 빠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영국 정보당국은 이런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으며 양국 정부 기관들은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을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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