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안 된 오수가 제주 하천과 바다로…행정 직무유기"
이승아 제주도의원 "막대한 예산 들여 하수관 정비했지만, 악취는 여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주거환경 개선과 환경 보전을 위해 추진 중인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각종 오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상대로 한 제36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승아 의원은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정비를 주문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도는 빗물과 생활하수를 하나의 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는 합류식 하수관을 우수관과 오수관으로 분리하는 분류식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사업은 생활하수가 합류식 관로를 통해 인근 하천 등으로 방류되면서 수질을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온데 따라 대규모 하수정비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은 1996년부터 2035년까지 3조2천686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만 1조7천24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이원은 그러나 도내 82%가 분류식 하수관로로 대체됐음에도 해당 지역에 오수가 배출돼 악취가 발생하는 등 각종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3한천교 주변의 경우 지난 2017년 분류식 관로 정비사업이 완료된 지역이지만 여전히 비가 오면 오수가 하천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맑은 날에도 우수관로를 통해 오수가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며 "1조7천240억원의 혈세가 헛투자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이어 "제주시 병문천 지역은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이 완료된 터미널∼오라지구대 주변으로 차집관로(하수이동관로) 관경이 250㎜다. 그런데 (차집관로에)250∼300㎜ 관경의 전용 오수관로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다른 지역의 400∼600㎜ 합류식 관로가 연결돼 비만 오면 용량을 담당하지 못해 오수가 섞인 하수가 하천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분류식 사업을 한다면 그 전에 차집관로 증설을 하거나 병행하는 게 맞다"며 "행정에서 (이런 사실을)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설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우선 굵은 관이 가는 관에 서로 물려 과부하가 생긴 이유는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치 시기에 따라 기준과 예산이 달라 생긴 문제"라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공사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류식 관로 정비사업이 완료됐음에도 오수가 유출되는 이유는) 도내 곳곳에 하수관로가 잘못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공사를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가정에서 잘못 연결한 경우에 발생하기도 한다"며 "내년에 각 가정까지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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