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전문가 입단속…"당과 조국 위한 보고서 작성하라"
증감회, 성장둔화·무역전쟁·증시불안에 이코노미스트 모아 훈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이 경제여건 악화 속에 경제전망 전문가들에게 낙관론을 강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류스위(劉士余)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30여개 증권, 펀드 업체 대표들을 만나 이런 압박을 가했다.
류 주석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시장 참여자들을 오도하지 않도록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보고서를 펴낼 때 공산당과 조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류 주석은 참석자들에게 보고서를 검열하라고 촉구하지는 않았다.
이 회동 이후인 지난 16일 중국증권협회(SAC)는 선임 이코노미스트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기수양 제안서(Self-Discipline Proposal)'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제안서가 류 주석의 훈계를 공식적으로 다듬은 것이었으나 동참한 업체들이 거명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증감회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무역 전쟁의 파고가 높아지며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나왔다.
블룸버그는 증권시장을 외국기업에 더 많이 개방하면서도 자국 경제에 대한 인식을 계속 조작하고 싶어하는 중국의 양면적 태도가 이번 조치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어두운 경제전망을 담은 보고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내심은 앞으로 몇 달간 더욱 큰 시험에 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관리들은 최근 몇달 동안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주가를 떠받칠 도구도 있다고 장담해왔다.
지난달에는 고위관리들이 정책안 윤곽과 재정투입 계획을 밝히고 경기쇠퇴론을 희석하는 데 집단으로 입을 맞추는 이례적 '구두 지원(Verbal support)'을 선보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조치는 2015년 중국 주가가 폭락했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신중하다는 평가도 있다.
당국은 2015년에는 공매도를 "사악하다"고 비난하며 강경하게 진압했고 중국 주식에 대한 비관적 견해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에센스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가오샨웬이 올해 5월, 6월 한 차례씩 중국 경제에 대해 연설한 뒤로 중국 당국이 이코노미스트들의 보고서에 더 민감해졌다고 전했다.
가오샨웬은 당시 연설에서 미중관계가 1972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중국이 시도하는 부채감축 노력이 마취 없이 수술을 강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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