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서지혜 "응급실서 냉정한 의사들 이해됐죠"
"주로 세련된 전문직 역할…밝고 엉뚱한 연기 해보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수술 장면 찍을 때는 거의 6~7시간 정도 서 있었어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몸이 엄청 굳고 아프더라고요."
최근 종영한 SBS TV 수목극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에서 흉부외과의 윤수연을 연기한 서지혜(34)가 데뷔 후 거의 처음으로 '진짜' 의사 역할을 한 소감을 밝혔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서지혜는 "옛날에 의사 역할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수술 등 장면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했다"며 "처음에는 가운과 수술복 입는 것도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편해서 벗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전작 '흑기사'에서는 샤론이 양장점 주인이라 의상은 100벌은 입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단벌로 끝냈네요. (웃음) 의사 가운도 기념으로 챙겼어요. 이번에 교육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수술장 들어가서 손 닦는 법부터 바느질하는 법까지 다 배웠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죠. 의학 용어 외우는 데도 고생했고요. 다음번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의사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의사들은 사람을 고치는 게 직업이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고 나니 존경심이 절로 들었어요. 그리고 냉정한 의사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돼요. 저도 예전에 매우 아파서 응급실 간 적이 있었는데 찬밥 신세였거든요. 저보다 심각한 중증 환자가 많으니까요. 당시에는 상처를 좀 받았지만 이제는 이해해요."
극 중 수연은 태수(고수 분) 어머니에게 갈 심장을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얻었다. 수연에게는 가장 깊은 감정 연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서지혜는 "처음부터 알던 설정이었는데 걱정을 많이 했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2의 삶을 얻는 게 어떤 감정일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슬퍼할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호흡을 맞춘 고수, 엄기준에 대해서는 "두 분 다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편안하게 촬영했다"며 "고수 오빠는 조용한데 엉뚱한 매력이 있고, 기준 오빠는 에너지가 넘쳐서 그 기운을 많이 받았다"고 친근함을 표했다.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로 데뷔한 서지혜는 이후 드라마 '신돈'(2005), '오버 더 레인보우'(2006), '49일'(2011), '펀치'(2014), '질투의 화신'(2016), '흑기사' 등에서 이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이미지 변신에 목마를 시점이기도 하다.
"'전문직 전문 배우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서는 이제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졌어요. 내년에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네요. 밝고 엉뚱한 캐릭터가 탐나요. 저도 이제 마냥 젊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그런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 선배님이 한 역할이나,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 씨가 한 역할 같은 것요."
서지혜는 '흉부외과' 출연 직전 소속사도 HB엔터테인먼트에서 문화창고로 옮기며 새 둥지를 찾았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흉부외과'를 찍었다"고 했다.
올해 KBS 2TV '흑기사'와 SBS TV '흉부외과'로 성실한 한 해를 보는 서지혜는 연말 같은 날에 열리는 KBS 연기대상과 SBS 연기대상 중 어느 시상식에 참석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저 쑥스러워했다. "상을 위해 연기하진 않지만,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와, 근데 정말 행복한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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