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국 따라 하기' 가속화…유엔 이주민협약 거부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호주 연방정부가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이주민 글로벌 협약'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21일 유엔이 제시한 이주민 협약이 호주의 강력한 국경 수호법규와 관례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선언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이는 다음 달로 예정된 유엔 주도의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식적인 이주를 추구하는 이주민 글로벌협약'(GCSORM) 채택을 앞두고 나왔다.
그는 성명에서 "유엔이 제시한 협약은 현행대로라면 호주의 국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의 국경 통제 능력을 제고하거나 이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해당 협약이 호주에 불법으로 입국하려는 이주민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오려는 이주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복지 등 기타 혜택과 관련한 조항에서 그런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당 협약을 채택할 경우 현 정부의 강력하고도 체계적인 이민 프로그램 운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협약은 국제사회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난민 문제에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엔이 추진하고 있다.
유엔은 2016년 아프리카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 이주 과정에서 지중해에서 숨진 것을 계기로 국제 이주민의 안전한 이주 등을 위해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협정 초안은 1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 7월 완성됐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
10여 개 유럽 국가는 이미 호주 정부와 엇비슷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20일 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엄격한 이민법을 실행하고 있는 탓에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수년간 불법으로 입국하는 이주민들을 인근 태평양 도서국가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로 보내 현지에 설립한 난민심사센터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난민들의 자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달 이스라엘 주재 호주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과 이스라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하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미국 따라 하기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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