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렌터카] ② 차적 조회 어렵다…보험사기·강력범죄 악용(끝)
대면접촉 없는 공유차량 서비스가 더 문제…면허증 한번 인증하면 끝
지문인식 등을 활용한 본인 확인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오수희 차근호 기자 = 11억원대 보험사기 범행을 하다가 최근 부산경찰청에 붙잡힌 일당은 렌터카로 일부러 사고를 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차를 빌려 다른 차량을 상대로 일부러 사고를 낸 뒤 렌터카 회사에 면책금 수십만원만 주고 보험사로부터 수백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냈다.
구속된 모집총책 A(23) 씨 등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들을 속칭 '마네킹'으로 가담시켜 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극을 벌였다.
돈을 받고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한 사람만 254명이었고, 보험사기 조직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만 30명이었다.
보험사와 수사기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보험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180차례 일부러 차 사고를 내고 보험사 12곳으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11억3천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기에 단순 가담한 뒤 쉽게 돈을 번 20대들은 범행을 모방하고 마네킹을 모집해 '보험사기 설계자'가 돼 범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경찰서에 입건된 이모(24) 씨 등 18명은 렌터카를 타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타인 명의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보험사기극을 벌였다.
교통법규를 어기는 차량이 범행대상이었다.
보험사의 의심을 살까 봐 평소 외우고 있던 동네 친구나 친형 등 3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상대차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은 자신들이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렌터카를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도 가해자의 보험금이 할증되지 않아 일부러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범죄가 가능한 형편"이라며 "렌터카로 사고를 내더라도 그 사람이 차량을 살 때 보험료가 할증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 같은 강력사건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매뉴얼'이 돼 버렸다.
올해 4월 말 서울에서 발생한 '10년 지기 살해·암매장' 사건 피의자 조모(44) 씨와 올해 3월 경기도 포천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도 렌터카를 범행에 이용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산 채로 묻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은 50대 여성과 아들도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렌터카에 태워 이동한 뒤 범행했다.
대면접촉 없이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공유차량 서비스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공유차량 서비스는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차량을 빌리는 기존의 렌터카와 달리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자유롭게 차량을 빌릴 수 있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한 번만 운전 면허증을 인증하면 나중에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차량을 빌려 쓰는 데 지장이 없다.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는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이 차를 빌리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면하지 않고 차를 빌릴 수 있어 술에 취한 사람이 차를 빌려 운전대를 잡아도 막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렌터카나 공유차량을 이용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차를 빌린 사람과 실제 운전자가 다르면 수사의 결정적 단서인 용의자 동선 추적에 애를 먹는다"라며 "렌터카 업체도 지문인식 등을 활용한 본인 확인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하도록 해야 이런 범행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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