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 제주 강정 주민 스트레스 심각…자살 경향성도

입력 2018-11-21 14:16
해군기지 건설 제주 강정 주민 스트레스 심각…자살 경향성도

전문의 상담 치료, 의료·약제비 지원 필요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해군기지가 건설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높은 자살 경향성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와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21일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하 해군기지)이 건설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사는 20세 이상 주민 1천918명 중 설문에 응답한 713명(남자 328명, 여자 385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인구·사회학적, 해군기지, 건강행태, 정신건강(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자살 경향성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심리상태가 부정적으로 변한 1순위 요인으로 무려 46.7%인 251명이 지역주민 간 갈등을 꼽았다. 2순위는 지역 환경변화(24.5%)를, 3순위는 정서적 어려움(19.5%)을 각각 선택했다.

해군기지 건설 후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발생했다는 응답자는 350명(49.1%)에 달했다. 가족관계 스트레스가 발생했다는 응답자도 176명(24.7%)이나 됐다.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마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시행, 마을 환경 개선, 마을 단체 경제적 지원 순으로 선택했다.

해군기지 건설 이전과 이후 자신의 모습 변화를 비교한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35.4%), 우울증 증가(24.6%), 삶의 질 하락(19.5%) 순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6.8%인 191명이 있다고 답했다. 2016년 시행된 전국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생 유병률 1.5%, 2015년 제주도 정신건강실태조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생 유병률 3.8%와 비교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자살 경향성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163명(22.9%)에 달했다. 낮은 자살 경향성 65명(9.1%), 중간 정도의 자살 경향성 76명(10.7%), 높은 자살 경향성 22명(3.1%) 순이다. 우울 증상이 있다는 응답자는 82명(11.5%)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군의 31.6%가 주요 우울장애로 평가됐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의 심각도 또한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군에 포함된 응답자의 43%에서 자살 경향성이 나타났으며, 증상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자살 경향성 또한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일대일 면접 설문조사를 했음에도 해군기지와 관련한 질문 항목마다 10명 내외의 무응답자가 있었다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자살 등의 심각성을 반영해 전문의 개별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의료비와 약제비 등 지원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위해 건강상담실을 상설 운영하고, 건강검진을 지원하도록 제안했다. 정기적인 교육과 고위험군 심리회복프로그램 시행, 웃음 치료, 이완 요법 적용, 민·관 적절한 의사소통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오종수 도 보건건강위생과장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강정마을 주민의 건강과 심리 지원사업을 실시해 마을 공동체 회복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설 건강상담실 운영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 지원, 정신건강 회복 관련 의료비 지원,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 등을 약속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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