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양 지지' 美ㆍ英 등 서방 "러시아 인터폴 장악 막자"

입력 2018-11-21 10:55
수정 2018-11-21 10:59
'김종양 지지' 美ㆍ英 등 서방 "러시아 인터폴 장악 막자"

새 총재로 김 후보 지지 의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러시아 비밀정보기구(KGB) 요원 출신이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수장을 맡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정부와 시민단체, 언론들이 막판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폴이 21일 두바이 연례총회에서 차기 총재를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서방은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KGB 출신 알렉산드르 프로코프추크 현 부총재가 차기 총재에 선출될 경우 인터폴이 푸틴에 의해 정적탄압 등에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주도해온 영국 내에서는 만약 러시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인터폴에서 탈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김종양 후보를 새 총재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도 러시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인터폴이 푸틴의 영향력 아래 들어갈 위험성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프로코프추크 후보가 그동안 후임 총재 경선에서 이른바 선두주자로 간주해 왔으나 서방 정부와 국제여론이 총력 저지에 나서면서 총재 선출 결과가 주목된다.

인터폴은 중국 출신 멍훙웨이(孟宏偉) 총재가 지난달 부패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사임하면서 현재 공석 상태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을 탄압하는 데 인터폴을 이용,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하기 위한 적색수배령을 남발해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에 서방측이 러시아 후보의 당선 전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 전했다.

영국 의회 2명의 중진의원은 만약 프로코프추크가 당선될 경우 영국 정부가 대체 경찰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영국 자민당의 빈스 케이블 대표는 만약 러시아 후보가 수장으로 들어설 경우 인터폴은 '러시아 마피아의 지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영국 외교부도 이례적으로 러시아 후보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대신 한국의 김종양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의원들과 전(前)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및 독일 정치인들도 러시아 후보 반대 운동에 합류했으며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는 만약 러시아 후보가 당선되면 인터폴 탈퇴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명의 미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후보를 인터폴 총재로 선출하는 것은 '마치 닭장에 여우를 들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동안 반대파들을 탄압하는 데 사법당국을 이용해온 러시아 정부의 행동에 개인적으로 연루돼온 프로코프추크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크렘린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을 지낸 안톤 게라시셴코 의원은 프로코프추크 후보가 1980년대 KGB 해외정보국에 근무했으며 유럽과 미국의 학생들을 포섭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WSJ은 20일 논평을 통해 프로코프추크 후보는 이미 러시아 인터폴 책임자로서 러시아가 인터폴을 통해 반대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적색수배령을 남발하는 과정에 관여한 인물이라면서 만약 그가 인터폴 수장에 들어서면 "법치를 존중하는 문명 세계가 어떻게 푸틴의 새로운 글로벌 경찰력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WSJ은 프로코프추크가 푸틴의 대통령 당선 후 2003년 내무부에 들어서면서 러시아의 '푸틴화'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라면서 푸틴이 인터폴을 기만하고 남용하는 데 필수적 인물이었다고 지적했다.

FT는 21일 사설을 통해 인터폴이 그동안 일부 독재국들이 해외의 정적들을 탄압하는 데 이용됐음을 지적하면서 특히 정적을 암살하기 위해 영국에 암살단을 파견한 나라의 간부가 글로벌 법집행기구의 수장을 맡아도 되는지 합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그러면서 두바이의 각국 대표들이 한국 후보를 대신 선택하도록 '잘 조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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