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야당들, '브렉시트 합의 반대' 기치 아래 뭉쳤다
의사당서 만나 메이 총리 브렉시트 합의안 반대 입장 확인
보수당 내 강경론자 반발도 지속…총리 불신임투표 요건은 아직 미달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노동당 등 주요 야당이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Brexit) 합의에 일제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이른바 '노 딜'(no deak) 브렉시트 역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주요 야당 대표들이 모여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만남에는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 애덤 프라이스 웨일스민족당 대표, 녹색당의 캐럴라인 루카스 의원이 참석했다.
영국 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국 하원 650석 중 집권 보수당이 하원의장을 제외하고 315석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당이 257석, SNP가 35석, 자유민주당 12석,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이 10석을 갖고 있다.
독립당(Independent)이 8석, DUP와 대척점에 있는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 신페인당이 7석, 웨일스민족당 4석, 녹색당 1석 등이다.
집권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요 야당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이에 가세하면 다음달 예정된 의회 표결에서 합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만남에서 야당 대표들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스터전 SNP 대표 대변인은 "보람있는 논의가 있었으며, 일자리와 생활수준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기로 합심했다"면서 "SNP는 다른 정당과 함께 해가 되는 브렉시트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빈 노동당 대표 대변인 역시 "메이 총리의 실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인했으며, 재앙과 같은 '노 딜'을 막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웨일스민족당 대표는 "웨일스민족당과 SNP는 그동안 가장 피해가 작은 EU 탈퇴 방안은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는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고 명확하게 얘기해왔다"면서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주민의 목소리를 의회에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 연구단체'(ERG)는 이날 '글로벌 브리튼'과 함께 펴낸 보고서에서 '노 딜'이 발생하면 EU와의 통상에 장애가 발생해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myths)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 딜' 브렉시트 시 통관절차 등으로 인해 도버나 다른 항구에서 화물차가 길게 늘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미 전자시스템 등이 구축된 상황에서 통관이 지연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ERG의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를 실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지 않으면, 2022년 총선을 메이 총리가 이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즉 의원 48명 이상이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투표가 열리게 된다.
현재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고 밝힌 의원은 26명으로 기준에는 한참 미달한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가 조속한 시일 내에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