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쩍 벌어지는 활 액션의 신세계 '후드'

입력 2018-11-20 23:00
입이 쩍 벌어지는 활 액션의 신세계 '후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명궁을 들라면 아마도 로빈 후드가 첫손가락에 꼽힐 테다. 28일 개봉하는 '후드'는 제목이 엿보이듯 로빈 후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누구나 뻔히 알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물론 연극, 뮤지컬 등에서 수없이 반복한 스토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면 이전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무엇'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명궁 로빈 후드의 손에 들린 '활'이다.

영화는 12세기 아라비아반도 한 요새에서 벌어진 십자군과 이슬람군 전투로 시작한다. 한데 소위 말하는 영화의 '때깔'이 심상치 않다. 약 800년 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투장면은 마치 현대전을 보는 듯하다.

병사들이 입은 모래 빛 군복은 현대 군인이 입는 사막 전투복을 연상케 하고, 갑옷 디자인은 영락없는 방탄조끼다.

또 십자군과 이슬람 병사들이 쏘는 활은 소총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현대의 기관총을 모티프로 한 이슬람군의 기계식 석궁은 한 번에 서너발 화살을 날려대며 십자군 병사들을 학살한다.



석궁에 막혀 전진이 멈추자 주인공 로빈이 나선다. 로빈은 우회로를 찾아 요새에 잠입, 신출귀몰한 활 솜씨로 석궁 병을 저격한다. 현대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에서 수없이 본 장면이지만 중세 배경 영화에서 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어지는 십자군 추격과 이슬람군 매복, 투석기의 지원사격 역시 현대 전쟁영화 한 장면을 그대로 중세로 옮겨놓은 듯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십자군과 이슬람군 모두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 숨돌릴 틈 없이 화살을 날려대는 병사들은 그야말로 활 액션의 신세계를 선사한다.

활과 화살만으로 현대의 총 액션을 능가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 냈다. 요새 벽을 뚫어버리는 화살은 활이 총보다 강하다는 인상마저 남긴다.



국내 관객이라면 활을 소재로 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을 떠올릴 법하다. '최종병기 활'의 등장인물이 한발 한발 신중하게 화살을 날렸다면, '후드' 캐릭터들은 속사를 우선하는 듯하다.

조선 최고 신궁 '남이' 역을 맡은 박해일이 '굴절사격'이라는 비기를 선보였다면, 로빈 역을 맡은 태런 에저튼은 1초에 3발을 쏘는 '속사'와 한손에 화살 4대를 잡고 쏘는 '다발사격', 발로 쏘는 '족사' 등의 신출귀몰한 기예를 선보인다.

전투가 끝나고 십자군은 포로로 잡은 이슬람군을 고문하고 처형한다. 이를 보다 못한 로빈이 막아서자 상관은 로빈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 명한다.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귀족 '로빈 록슬리' 경은 자신이 이미 전사처리 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가문 재산은 주 장관이 압류해버렸고, 애인 '마리안'은 로빈이 죽은 것으로 알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져 절망하는 로빈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이 구해준 이슬람군 포로 '리틀 존'이다. 존은 로빈에게 자신과 함께 부당한 세상을 바꿔보자는 제안을 하고, 로빈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부패한 권력층에게 화살을 돌린다.



연출을 맡은 오토 바서스트 감독은 '중세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 액션 영화'를 구현해냈다. 배경만 12세기일 뿐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뽐낸다.

로빈은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던 모자 달린 녹색 옷을 입지 않고 가죽 퀼팅 재킷을 입는다. 주 장관의 회색 코트는 미끈하게 빠진 수트를 연상시킨다.

제작진은 중세의 고유한 멋은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작업으로 등장인물 의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 중반 마차 추격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빈이 마차를 타고 주 장관 부하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카 체이싱'을 능가하는 긴박감을 선사한다. 마치 고전 영화 '벤허'의 명장면과 '분노의 질주'를 결합한 듯하다.

'킹스맨'의 '에그시'로 잘 알려진 태런 에저튼은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으며, 제작자로 참여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남다른 안목으로 뻔한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의 액션 영화로 재해석하는 데 힘을 보탰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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