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이룬 '이산 상봉'…변순철 작가 "혈육은 영원"
22일부터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서 개인전 '나의 가족'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비슷한 생김새의 두 남자가 카메라를 응시한다. 나란히 선 80대와 60대 부자를 찍은 사진인가 싶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 오른쪽 노인은 왼쪽에 선 이배근 씨 아버지의 현재를 '상상'한 모습이다.
이 사진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Ⅰ삼청에서 개막하는 변순철 개인전 '나의 가족' 출품작 약 20점 중 하나다.
변순철(59)은 다양한 이종 커플을 담은 '짝-패', 노래를 통해 욕망을 분출하는 소시민 초상을 담은 '전국노래자랑' 등 인물 작업에 매진해왔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통한 '가상의 이산 상봉'을 시도한 '나의 가족' 연작을 소개하는 자리다. 작가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제일기획과 삼성, 대한적십자사 등과 협력해 이산가족 중에서 북쪽 가족의 옛 사진을 소장한 이들을 찾는 일에 나섰다. 그리고 이들을 한 사람씩 스튜디오로 초청해 초상을 촬영했다.
그 사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에서는 실향민이 제공한 북쪽 가족의 70여 년 전 사진에서 현재 얼굴을 추출했다. 미제 사건 범인 검거, 미아 찾기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4년 개발된 3D 나이변환 기술이 활용됐다.
실버 모델을 기용해 북쪽 가족의 몸 부분을 촬영하는 작업도 별도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연로한 남쪽 실향민 옆에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은 북쪽 가족이 함께 등장하는 '나의 가족' 사진이 완성됐다. 사진이되, 우리가 통상 기억하는 사진 범주를 넘어선 작업이다.
작가는 20일 연합뉴스에 "원본 사진은 평평하지만, 세월 흐름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의 나이 듦을 더 극명하게 살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사진이 품은 '주술적 효과'를 주목했다. "기다림 혹은 소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작업실에 촬영하러 오신 할아버지가 촬영이 끝난 뒤에도 작업실을 못 떠나세요. 본인 어머님, 아버님이 (사진으로서) 여기 있는데 갈 수가 없다고. 작업을 소개하는 행사가 2015년 사흘간 열렸을 때도 매일 전시장에 오셨죠."
일찍 결혼한 세 언니를 두고 남으로 내려온 임화숙 씨가 언니들과 함께 선 모습이 구현된 작업도 눈길을 끈다.
'나의 가족' 연작은 영어로 '이터널 패밀리'(Eternal Family)로 이름 붙였다. "혈육은 영원한 것,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이 패밀리' 대신 '이터널 패밀리'로 이름 붙였습니다. 실향민이 예술을 통해 이어진 만큼, 현실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내년 1월 13일까지. 문의 ☎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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