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적폐에 칼뽑은 문대통령…체감형 반부패 작업 속도 내나
적폐청산 범위 확장…유치원 사태·채용 비리 등 민감이슈 우선과제로
강력한 반부패 메시지로 초심 강조…비리 사례엔 "먹튀" 강력 비난
부처에 "현장 잘 몰라, 접근 잘못돼" 지적도…靑 "문대통령, 누구보다 생활적폐 잘 알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유치원 비리를 포함한 '9대 생활적폐'에 대해 특단의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제까지는 권력형 적폐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었으나, 앞으로는 국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공정과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으로 적폐청산의 범위를 넓히기로 한 셈이다.
그동안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탄탄하게 뒷받침해 온 국정 지지도가 최근 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개혁 작업의 동력을 살려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체감할 성과를 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여권 내에서는 권력형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우려하며 생활밀착형 개혁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9대 생활적폐'에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나 공공기관 채용비리, 불공정 갑질 문제 등이 포함된 것 역시 국민의 눈높이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런 생활적폐 청산 역시 권력형 적폐청산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비상한 각오'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권력형 적폐청산 수사를 믿고 지지해주셨다. 그만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 기대가 크다"며 "부패는 크고 작음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비리, 채용비리, 갑질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꼬집고, 요양병원 비리에 대해서는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장 등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생활적폐로의 외연 확장이 자칫 개혁 작업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공직자들에게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강력하게 그리고 꾸준히 시행해야 하며, 반드시 효과를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볼 때 그 정부가 그 정부라는 비판을 받기가 십상"이라고 말했다.
반부패 개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날 부처로부터 생활적폐 대책을 보고받으며 사안별로 '깨알 지적'을 쏟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재개발·재건축 비리 대책에 대해서는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지금 대책은 근본적으로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 현장의 원천적인 문제를 찾아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오늘 발표된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도 중요하지만, 유치원 폐원, 원아 모집 중단 등 당면한 문제에 대해 폐원 시 주변 병설 유치원 정원 증원 등 임시 대책을 세밀히 마련해 국민에게 분명히 제시하라"고 주문하는 등 직접 세부대책을 요구했다.
생활적폐 청산 대책을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상세히 챙겨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날 협의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공직자를 대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면서, 일부에서는 생활적폐 청산작업 돌입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기 위해 질타성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은 타이르고 감싸주면 바로 잡아줄 수 있다. 그러나 타일러도 깨우치지 않고 또 가르쳐도 고치지 않으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부패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도록 작은 부패라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같은 경구를 옮기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보고자들을 질책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했다"며 "'문 대통령이 세부적인 것까지 어찌 그리 잘 아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저의 해석"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이런 생활현장 문제에 대해 그 어느 장관보다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변호해오면서 생활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조리와 적폐에 대해 누구보다 내용을 상세히 알게 됐고, 국회의원과 대선후보를 거치며 이를 더 체화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각 부처 제출 자료를 보며 조목조목 그 한계를 얘기하고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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