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막히고 버스·기차 만원" 호주 총리 이민 축소 시사
연간 영주권 발급 상한 19만명에서 3만명 축소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총리가 대도시의 교통혼잡과 높은 부동산 가격에 대처하기 위해 영주권 발급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9일 밤(현지시간) 시드니의 한 행사 연설을 통해 "대도시의 호주인들은 인구에 관해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거듭 이미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고 AFP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어 "도로는 꽉 막히고, 버스와 기차는 만원이다. 학교는 더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2012년 이후 연간 영주권 발급 인원을 최대 19만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강력한 이민 억제책을 쓰면서 2017-18회계연도(2017·7~2018·6)에는 이 인원이 16만2천 명을 기록, 전년도보다 10% 감소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는 영주권 발급 축소 규모 등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주 정부들과 사전 협의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존의 상한선 19만 명에서 3만 명 정도 줄일 것으로 보면서 이런 축소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멜버른대학의 피터 맥도날드는 공영 ABC 방송에 "호주에 3만 명의 이민자가 준다고, 즉 시드니와 멜버른에 각각 1만5천 명씩 감소한다고 해서 두 도시의 교통혼잡에는 전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권 축소는 그러잖아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력 공급 부족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수당 정부를 이끄는 중도 우파성향의 모리슨 총리는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이민 문제는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극우성향의 정당은 이민자 수를 절반 이상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호주는 2016년까지 2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고 수준인 연간 1.6%가량 인구가 증가했고, 이중 이민자 비중은 54%로 약 600만 명을 차지했다.
또 이들 이민자의 약 75%는 시드니와 멜버른, 그리고 골드코스트 등이 있는 남동부 퀸즐랜드 주에 정착했다.
호주 전체 인구 2천500만 명 중 거의 절반은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중 최소 1명이 외국 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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