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투옥·요절 시인 권태응…첫 전집 출간
탄생 100주년 맞아…도종환 문체부 장관 주도해 엮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동시집 '감자꽃'으로 알려진 시인 권태응(權泰應, 1918∼1951) 작품을 모두 모은 전집이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됐다. 올해는 시인이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동천(洞泉) 권태응 시인은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 시절 조선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 검거돼 감옥에서 폐결핵을 얻었다. 해방 후 병마와 싸우며 동요·동시를 썼으나, 한국전쟁 와중에 요절했다. 생전에는 한 권의 동시집 '감자꽃'(1948)을 낸 것이 전부여서 문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사후 40여 년이 흐른 1990년대 '감자꽃' 외에도 육필 형태의 동요·동시집 여러 권과 소설, 희곡, 수필 등 많은 유고를 남겼다는 사실이 유족에 의해 공개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후 '감자꽃' 원본 수록작에 육필 동시집에서 고른 작품을 더해 94편을 수록한 동시 선집 '감자꽃'(창비, 1995)과 권태응 동시의 특질을 연구한 이오덕의 '농사꾼 아이들 노래'(소년한길, 2001)가 나왔다.
이후 시인의 고향인 충주에서 시인을 기리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도종환 시인과 아동문학평론가 김제곤, 이안 시인 등 후배 문인들이 2년 가까이 미발표 육필 원고를 발굴하고, 해독·정리해 '권태응 전집'을 엮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은 장관에 취임하기 전 이 책을 엮는 작업을 주도했다고 창비는 전했다. 미국에서 사는 유족으로부터 직접 원고를 받아오는 등 열성을 쏟았다고 한다.
이번 전집에는 동요·동시 360여 편과 소설 8편, 희곡 3편, 수필 2편이 담겼다. 그의 작품들은 농촌의 자연과 사물을 동심의 눈으로 아름답게 노래했을 뿐 아니라 척박한 농촌 현실과 농민들의 삶을 애잔하게 그리기도 했다.
"까마귀가 데려오는 치운 겨울/ 제비들은 겁이 나서 도망갔다.// 없는 살림 우리들은 어찌하나/ 땔나무도 입을 옷도 변변찮고……// 까옥 까옥 무서웁다 치운 겨울/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고 보니./ 없는 살림 우리들은 큰 탈 났다/ 살림 걱정 없는 나란 왜 못 서나?" ('치운 겨울' 전문)
소설 '양반머슴', '울분'도 해방 직후 농촌 현실과 작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필 '파리채'에는 고통스러운 병상의 삶을 견디면서도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좌우론'에서는 해방 직후 사회 현실에 관한 풍자와 비판정신이 돋보인다.
그의 동요·동시에서는 풍부한 우리말을 만날 수 있다. '얼뚱애기'(얼러 주고 싶은 귀여운 아기), '용?이'(군것질거리), '찌어리'(찌꺼기), '타래'(꼬투리)와 같은 방언을 비롯해 '오골박작'(작은 벌레나 짐승, 사람 등이 한곳에 빽빽하게 많이 모여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오볼조볼'(작은 열매 따위가 많이 매달려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탈방탈방'(물건이 얕은 물 위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오곤자근'(서로 정답게 지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캥매캥'(꽹과리 소리를 흉내 내는 말) 같은 아름답고 재미있는 말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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