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익는 향기 '솔솔'…'와인 메카' 꿈꾸는 충북 영동
41곳 와이너리서 한 해 90만병 생산, 각종 품평회서 품질 입증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경북 영천·상주와 더불어 국내 3대 포도 주산지인 충북 영동이 와인 향기로 가득하다.
전국의 10%인 1천323㏊의 포도밭이 있는 이곳은 한 해 1만8천500t의 포도가 생산돼 이 중 200t가량이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영동군은 10년 전부터 와인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대한민국 와인 1번지'를 목표로 양조시설을 지원하고, 본고장인 프랑스·이탈리아 전문가를 초청해 기술지도에 나서 41곳의 농가형 와이너리를 조성했다.
포도 수확기인 8∼9월 담그기 시작하는 이곳 와인은 이듬해 3월까지 와이너리에서 숙성된다. 와인이 한창 발효되는 요즘은 주변만 스쳐도 달콤한 와인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주류 제조면허를 낸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 방식으로 담그던 기간을 합쳐 3대째 가업을 잇는 곳도 있다.
영동읍 주곡리 컨츄리농원(대표 김덕현)도 그중 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된 김 대표 조부는 스페인 병사로부터 와인 얘기를 처음 접한 뒤 고향에 돌아와 1965년부터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와인을 빚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을 거쳐 손자에 이르면서 와인 양조장은 제법 큰 규모로 자리 잡았다.
이 집에서 빚는 '컨츄리와인 캠벨' 스위트와 드라이 제품은 지난해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소믈리에 와인 어워즈에 입상해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영동에서는 현재 '샤토마니', '샤토미소', '컨츄리와인', '르보까쥬와인', '여포의 꿈' 등 수십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시장에 출하되는 와인만 한해 90만병(750㎖)에 달한다.
이 중 '여포의 꿈'은 올해 초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방한했을 때 청와대 만찬 건배주로 쓰여 화제가 됐다.
영동군은 해마다 와인축제를 여는 등 와인의 6차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와인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연·체험·판매시설 등을 갖춘 와인터널(왕복 길이 420m)도 조성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영동의 와인 산업은 민관이 협력해 성장시킨 대표적인 사례"라며 "일부 제품은 국제무대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을 정도로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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