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새로운 도전…김보경·홍진주·윤슬아 등 시드전 출전

입력 2018-11-19 10:53
언니들의 새로운 도전…김보경·홍진주·윤슬아 등 시드전 출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잔인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20일부터 나흘 동안 전남 무안의 무안 컨트리클럽 동코스(파72)에서 열리는 KLPGA 2019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이하 시드전)이다.

시드전은 말 그대로 순위에 따라 내년 정규투어 대회 출전권을 주는 대회다.

125명이 출전하는 시드전에서 적어도 40위 이내에는 들어야 내년 KLPG투어 정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20위 이내 입상이면 사실상 모든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이게 쉽지는 않다.

출전 선수 3명 가운데 1명만 합격의 기쁨을 누린다.

출전 선수는 투어 대회보다 열배는 심한 압박감과 싸워야 한다. 시드전에는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흘 동안 72홀 경기는 샷 한번이 다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승부다.

선수들은 추위, 바람과도 싸워야 한다. 늘 이맘때면 무안 컨트리클럽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친다.

환호와 격려가 없는 '침묵 골프'는 시드전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살벌한 분위기는 선수들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올해 시드전 출전자 명단에는 낯익은 이름이 적지 않다.

김보경(32)도 시드전 출전자 가운데 한명이다.

김보경은 KLPGA투어에서 '철녀'로 통한다. 2005년 데뷔해 올해까지 14년 연속 정규투어를 지켰다.

통산 4승을 올렸고 작년까지 13년 동안 한 번도 상금랭킹 3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KLPGA투어 최다 경기 출장(297경기) 기록을 가진 김보경은 사상 첫 300경기 출장에 3경기가 모자란 채 시드를 잃었다. 상금랭킹 60위까지 이듬해 시드를 받을 수 있는데 김보경은 이번 시즌 상금랭킹이 61위였다.

"시드를 잃을 정도라면 은퇴하는 게 맞다"라던 김보경은 마음을 바꿔 시드전을 치르기로 했다. 그는 시드를 잃은 뒤 지인에게 "골프 없는 인생이 상상이 안 간다"고 털어놨다.

김보경이 시드를 다시 따 복귀하면 최다 출장 기록은 이어진다. 사상 첫 300경기 출장도 이른 봄이면 성사될 전망이다.

김보경, 홍란(32)과 함께 '정규투어에서 10년 이상 뛴 현역'에게 주는 'K-10 클럽' 회원이 됐던 윤슬아(32)도 시드전에 출전해 재기를 노린다.

3차례 우승하며 13시즌 동안 시드를 지켰던 윤슬아는 올해 상금랭킹 78위에 그쳤다.

'워킹맘' 선수로 유명한 홍진주(35)도 7년 만에 시드전에 출사표를 냈다.

통산 2승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오롱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신데렐라'로 주목받았던 홍진주는 다섯살 아들을 둔 '엄마' 선수다.

지난 2016년 팬텀 클래식 우승으로 2년 동안 시드 걱정이 없었던 그는 올해 상금랭킹 68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

홍진주는 "결혼했다고, 나이 먹었다고, 성적이 나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이렇게 좋은 직업이 달리 없다"고 말하곤 했다.

2014년 화려한 골프 인생을 열어젖혔던 백규정(23)도 이번에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신인으로 3승을 따낸 데다 시즌 막판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제패로 미국 진출 티켓까지 손에 넣었던 백규정은 지난해 KLPGA투어에 복귀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올해 시드를 상실했다.

2014년 KLPGA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딴 4년짜리 시드가 효력을 다한 것이다.

그는 작년 상금랭킹 111위, 올해는 상금랭킹 110위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쥐었지만, 부활을 꿈꾼다.

시즌 상금랭킹 70위 이내에 들어야 면제받는 시드전 예선까지 치러야 했던 백규정이 정규투어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시드전에는 김예진(23), 박성원(25), 양채린(23) 등 2016년에 우승했던 3명과 2015년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최혜정(27) 등 챔피언의 반열에 오른 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선수 4명이 출전한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의 주역 임희정(18)과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 개인전 우승자 조아연(18) 등 아마추어 무대를 휩쓴 유망주 2명이 KLPGA 정규투어 무대를 노크한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