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소주 최장 3년 맡아줍니다" 일본서 '소주은행' 성업
고치현 토속 양조회사, 이자도 소주로 지급…애주가에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고치(高知)현에 소주은행이 소리 없이 성업중이어서 화제다. 밤(栗)소주 '다바다히부리(火振'로 유명한 현지 토속소주 양조회사 무테무카(無手無冠)가 운영하는 시만토카와(四万十川) 소주은행은 일본 어느 술집에서도 살 수 없는 자사제품을 이 은행에서 팔고 있다.
2011년 무테무카의 고 야마모토 아키히로 당시 사장이 시만토초(町) 다이쇼(大正)지구에 있던 고치은행 다이쇼 지점이 이전해 빈 건물을 인수, 반 장난삼아 은행업무를 시작했다. "예금이나 저금이 아닌 예주(預酎) 저주(貯酎)"가 선전 문구다. 소주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 통장을 발행해 준다. 맡아주는 밤소주는 한 계좌당 720㎖(세포함 5천 엔). 주력상품인 '다바다히브리'는 원료인 밤을 50% 사용하지만 '예·저주(預貯酎)'는 75%를 사용해 양조한다. 알코올 도수는 30도다.
두께 21㎝의 금속문 안쪽에는 소주를 숙성시키는 기후(岐阜)산 도자기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행장실이라고 적힌 방 안쪽 서고에도 자물쇠로 채워진 소주 항아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정기예금에 해당하는 '정기' 예저주의 만기는 1, 2, 3년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자'는 맡긴 소주와 같은 종류의 밤소주로 지급한다. 1년 만기에는 36㎖, 2년은 72㎖, 3년이면 108㎖를 작은 병에 담아 준다.
"연리 5%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상당히 고금리"라는 게 '행원'으로 소주관리와 판매를 맡고 있는 담당자의 설명이다. 은행의 보통예금에 해당하는 '보통' 예저주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현지 취재한 아사히(朝日)신문 기자가 시음을 부탁했지만 '은행'에서는 딱 주문받은 양만 숙성시키고 있어 여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은행은 '예저주' 상품 발매 이래 2천여 계좌를 유치했다. 한해에 500 계좌만 한정 판매한다. 여기서만 살 수 있어 애주가들 사이에 지명도가 높다. 최대 20계좌를 보유한 고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성할수록 맛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어린이의 성인식 축하 등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소주은행은 애주가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라고 아사히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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