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 불만'…프랑스 전역서 로터리·고속도로 봉쇄 시위(종합)

입력 2018-11-18 01:25
수정 2018-11-19 14:27
'유가상승 불만'…프랑스 전역서 로터리·고속도로 봉쇄 시위(종합)

1천여 곳에서 12만5천명 참여…운전자에 치여 사망자·부상자 발생하기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등에 항의하기 위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 1천여 곳의 로터리(roundabouts)와 고속도로 출구 등을 봉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정오 기준 약 12만5천 명이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역에서 시위는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딸을 병원으로 데려가던 여성 운전자가 시위대에 둘러싸였고, 당황한 운전자가 시위대를 들이받으면서 50대 여성이 숨졌다고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이 밝혔다.

이 밖에도 니스 외곽 지역에서 한 경찰관이 부상을 입는 등 적어도 47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경찰은 모두 17명을 구금했다.

카스타네르 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지 않도록 경찰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 대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모여 "마크롱 퇴진", "우리의 구매력을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 경찰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위 중인 이들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으로 향하는 것을 막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농기구에 경유를 사용하는 농촌 유권자들과 화물트럭 기사들을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제공]

이들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정차 시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들이 차에 구비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최근 전국 곳곳에서 항의집회를 열어 '노란 조끼 운동'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위가 비단 기름값 인상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지방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은행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이후 프랑스 경제의 부활과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약속했지만 이후 일련의 정책으로 인해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번 시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리서치업체 엘라베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3%가 이번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야당과 노동조합 등도 이번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들은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을 비롯한 극우세력과 함께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보여지는 것을 꺼려 직접적으로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저소득층 자가용 운전자에 대한 세제혜택, 디젤 차량 교체 지원 금액 확대 등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민영방송 TF1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민께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유류세 인상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