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통계청장 "경제성과 측정은 GDP 넘어 웰빙으로"

입력 2018-11-18 06:01
수정 2018-11-18 09:40
[일문일답] 통계청장 "경제성과 측정은 GDP 넘어 웰빙으로"

"통계청 통계생산·공표 독립돼 있다…통계 공개 범위 넓혀 신뢰성 높일 것"

"대북제재 완화되면 인구센서스 등 필요 분야 발굴해 적극 협력"

(대전=연합뉴스) 정책팀 = 강신욱 통계청장은 "과거 국내총생산(GDP)으로 표현했던 경제나 삶의 수준은 앞으로 '웰빙'으로 측정하게 된다"면서 "미래 웰빙의 측정은 통계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청장은 지난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는 27∼29일 인천 송도에서 주최하는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의 주제인 '미래 웰빙의 탐구와 측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청장은 통계청의 신뢰성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예정대로 공개하는 데서 신뢰성은 확보된다"면서 "공개 범위를 넓히는 점도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통계청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현재 통계청이 통계의 생산이나 공표와 관련해 독립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통계청이 독립돼 있지 않다는 전제 위에서 법·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강 청장과의 일문일답.



◇ "소득분배 악화 원인은 노동시장 불평등·고령화·가구 구성 변화"

-- OECD 세계포럼에 관해 설명해 달라.

▲ 키워드가 웰빙이다. 경제적 수준이나 삶의 수준을 GDP로 표현했던 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GDP 이후 무엇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이를 웰빙으로 표현한다. 웰빙에 '미래'라는 키워드가 덧붙어 앞으로 웰빙에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느냐가 행사의 핵심이다. 통계뿐 아니라 전체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OECD에서 개최를 타진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한국이 논의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통계와 관련한 각국 정책당국자 간 다자·양자 만남도 활발히 열릴 것이다. 다른 부처 장관과 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 국내 대표적인 소득분배 전문가로서, 최근 소득분배 지표 악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통계청장 취임 전 연구 내용으로 말하겠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점부터 보면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노동시장 불균등 확대다. 근로소득의 격차,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 임금 격차,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소득 격차 등이다. 두 번째는 인구 고령화다. 가구주 소득은 전체 가구 내 소득에서 비중이 크다. 그러나 가구주가 고령화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노인가구주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세 번째는 가구의 구성이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고령화와는 약간 다르다. 1인 가구, 2인 가구가 증가하고 2인 이상 가구도 근로 연령대 가구원과 아닌 가구원이 함께 사는 비중이 점차 줄어든다. 가구 내 부양기능이 약화하는 것이다.

-- 이 중 가장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

▲ 따지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두 중요한 요인이다. 세 가지 원인 중 어떤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지는 시기별로 다르다. 1997∼2008년은 노동시장 요인이 지배적이었다면, 그 이후 시기는 고령화나 가구구조 변화 원인이 지배적이었다. 그 외에도 사회경제적 변화를 설명하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있다. 예컨대 고소득 가구주와 고소득 배우자가 결혼해서 같이 사는 경향성이 좀 더 강화되는 점이 그렇다. 따라서 대책도 굉장히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공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준비 상황은.

▲ 소비자 물가지수가 체감 물가와 다르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접근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득계층별로 어떤 품목을 사용하는지를 별도 조사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기존 조사에서 소득계층별 지출실태를 보고 계층별·품목별 가중치를 다르게 하는 방법이다. 첫째는 조사를 새로 해야 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예산도 많이 투입돼야 해 당장 검토가 어렵다. 두 번째 방법은 비교적 접근이 쉽지만, 전제는 소득과 세세한 지출이 같이 조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년에 하고자 하는 소득·지출 통합조사 방안이다. 이 조사에 근거해 어떤 품목을 얼마나 많이 지출하는지를 파악해 주요 소득계층과 관련한 산출이 가능할 것이다.

-- 내년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 사안이다.

▲ 그렇다. 기회가 있을 때 국회에 말하고 있다. 소득·지출 통합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건 분명하다. 소득과 지출 조사를 따로 하는 구조에서는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는 생각할 수 없는 지표다. 예산이 통과된다면 내년 조사가 끝나고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년은 어렵다. 언제 산출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섣부르다.

◇ "고용의 질 측정할 수 있는 통계 준비 중"



-- 연내에 일자리의 양적 규모 외에 질적인 측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고용의 질 지표체계를 구축한다고 했다. 고용의 질은 어떻게 측정하나.

▲ 고용의 질적 측면을 말씀드릴 때 전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늘어난 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용의 질은 이뿐만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 급여 수준, 사회보장 등 다양한 점을 봐야 한다. 그 다양한 측면들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일정이 정확히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년 중으로 그런 지표를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만드는 고용의 질 국제지표를 참조해서 임금, 근로, 환경, 사회 제도적 측면 등을 고려한 지표체계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공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복합적인 내용이고 지표도 여러 개가 포함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는 생산·수출 통계 중심이어서 일자리통계가 부족하다. 연간 일자리구조통계를 개발하고, 세부산업별로 주기적 일자리 변동을 파악하는 일자리통계도 시험 작성한다고 했는데, 이들 통계가 개발되면 뭐가 달라지나. 일자리통계 관련 다른 개편 계획은 없는지.

▲ 여태까지 일자리 행정통계는 연말을 기점으로 한 사람의 종사상 지위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연말은 계절적 특성이 있어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 일자리구조통계는 1년의 일자리 관련 특성을 종합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세 자료, 4대 보험 자료 등 전수통계라 신뢰성이 높은 큰 표본을 대상으로 한다. 숫자가 많아서 중분류 세분류 특성 통계이기에 의미 있는 통계가 될 것이다. 일종의 경향 통계 속성도 가진다. 매월 수집된 내용을 분기 단위로 취합해서 작년 1·2·3·4분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세부산업별로 주기적 일자리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 중인 통계는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통계다. 제조업은 산업 소분류까지, 그 외 산업은 중분류까지 작성하여 분기별로 공표할 예정이다.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하여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계절적 요인 분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올해 합계출산율 1.0 아래 예상…내년 특별 장래인구추계"



-- 총인구 감소 시점은 언제쯤으로 앞당겨질 것이라 생각하나.

▲ 올해 합계출산율이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감소 시점은 내년 장래인구추계를 다시 해봐야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조기 특별 추계로 내년 3월 공표 예정이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총인구 감소시점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 당시 저위추계인 2028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 조기 추계는 출산율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인가.

▲ 그렇다. 출산율이 예측보다 빠르게 감소했다. 장래 인구예측 모형도 개선해야 한다. 결혼율은 고려하지 않은 변수였다. 이를 반영해 예측 모형을 개선하겠다. 국정감사에서도 나온 지적이었고 이미 검토했던 부분이었다.

--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개편 상황은.

▲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거의 같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기에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에도 예측력이 떨어질 때 개편한 적도 있다. 평균 4년 주기다. 기계류내수출하지수, 장단기금리차, 코스피지수의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이 지표들을 포함해서 선행지수 구성지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정도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타 국가는 GDP를 중앙은행이 아닌 통계청이 생산하고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은 지역내총생산(GRDP)을 분기별로 발표하고 시차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펼쳤는데. 한국은행의 GDP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 대체는 아니다. GRDP는 지역이고 전국단위 지표가 아니다. (통계청이 GDP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과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GDP 생산 위한 충분한 역량과 정보,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변화를 시도할 계획은 없다.

-- 북한이 지난해 1월 유엔인구기금을 통해 남측에 인구센서스 비용 480만 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지원계획에 진전이 있는지.

▲ 2018년 인구센서스 실시를 위해 북한이 유엔인구기금(UNFPA)에 600만 달러 지원을 요청해 통일부는 480만 달러 지원을 검토하고, 통계청은 북한 인구센서스 권고안(장마당 등 조사항목 선정 등)을 UNFPA에 공동으로 작성해 작년 8월 북한에 제공했다. 북한의 핵실험(작년 9월)으로 통일부의 자금지원이 유보됨에 따라, 북한은 인구센서스를 2019년으로 연기한다고 UNFPA에 통보한 상황이다.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북한, 통일부, 국제기구 등과 협의를 통해 인구센서스 등 필요통계 분야를 발굴하고, 금액과 범위 및 일정 등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다. 북한은 물자지원, 교육, 자료처리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통계청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관련 부처 및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와 더불어 남북한 협력사업 추진 시 통계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마이크로데이터 등 공개범위 넓힐 것…통계생산·공표 독립돼 있다"



-- 통계청의 신뢰성과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 신뢰성은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예정대로 공개하는 데서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마이크로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 공개 범위를 넓히는 점도 통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상반기 가계동향과 관련한 논의는 마이크로데이터를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이런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귀담아들을 것은 개선에 반영해야 하지만, 잘못 해석해서 비판하는 점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도 느낀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진지하게 비판에 대면하고 반응하는 것은 신뢰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독립성 문제는.

▲ 독립성은 다른 이슈다. 정부 조직상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외청으로 돼 있다. 그러나 통계생산이나 공표와 관련해 독립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적인 영향을 받은 적은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립성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건설적 의견을 모아주는 점은 환영한다. 그러나 현재 통계청이 독립돼 있지 않다는 전제로 논의를 시작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통계청 기능이 더 확장될 수 있도록 타 정부 부처와 긴밀히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청장 임기제 등은 통계청 독립성 강화를 위해 검토가 가능한 대안 중 하나이나 위상, 조직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 다른 부처에서 생산하는 통계의 예산 승인권을 가지고 왔으면 한다는 구상인가.

▲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 고립된 섬처럼 독립성이 너무 강화되면 다른 부처와 협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 통계 공급·수요를 다른 부처와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조직의 위상이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통계를 사전 제공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민간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법에 따라 시스템을 통해 필요가 있는 기관에 사전 제공한다. 일정 시간 이후 특정 담당자만 접속하는 방식이다. 인편이나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접속 기록도 남는다. 여태껏 한 번도 유출된 적이 없다. 미리 받는 기관은 해당 통계가 발표됐을 때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곳이다.

-- 학자로서 통계를 연구하며 답답한 부분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재임 기간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 통계 수요자에게 필요한 통계생산, 통계작성과정의 투명성 확보 및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데이터 허브 구축을 중점 추진하겠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자료 간의 연계·융합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데이터 허브 역할 수행해 추진하겠다. 우리 사회의 현상을 평가하는 통계는 중요성이나 활용성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평가된 상황이다. 통계청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에 대해 격려하고 통계가 제대로 평가되는 사회로 바꾸고 싶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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