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사퇴 촉구한 伊대주교 '상속금 부정 배분' 소송서 패소

입력 2018-11-16 20:13
교황사퇴 촉구한 伊대주교 '상속금 부정 배분' 소송서 패소

밀라노 법원 "동생에게 23억원 지급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저명한 미국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의 사퇴를 촉구한 이탈리아 주교가 부모에게 받은 상속금을 부정 배분했다는 이유로 동생에게서 법원에 제소돼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 등에 따르면 밀라노 법원은 지난 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77) 대주교를 상대로 그의 장애인 동생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비가노 대주교에게 그가 관리하고 있는 상속 재산에서 원고에게 180만 유로(약 23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성서 전문가로 뇌졸중 후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그의 동생 로렌초는 비가노 대주교가 부모가 남긴 유산을 형제들에게 불공정하게 배분했다며 2010년 소송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사업으로 부를 일군 비가노 대주교의 부친은 자녀들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겼고, 비가노 대주교는 2천700만 유로(약 346억원)에 달하는 유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보수 성향의 비가노 대주교는 지난 8월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11쪽 분량의 편지를 보내 자신이 주미 교황청 대사로 재직하던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에 관해 보고했으나, 교황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대주교 출신으로 미국 사회에서 신망이 높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1970년대에 10대 소년을 성추행한 의혹에 휘말리자 지난 7월 추기경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매캐릭 전 추기경에게 내린 평생 속죄와 기도 징벌을 무시한 채 그를 복권하기까지 했다며, 사제에 의한 아동 성 학대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으나 실제로는 성 학대 사건 은폐에 공모한 교황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폭로에 대해 일각에서는 진보적인 교황에게 적대적인 보수파 인사가 교황의 비판론자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미국에서 불거진 성직자에 의한 성 학대 추문을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점화된 가톨릭 보혁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비가노 대주교의 사퇴 요구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달에는 교황청 문서고에 보관된 자료를 검토해 논란의 중심에 선 매캐릭 전 추기경의 행적과 경력을 면밀히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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