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매체 "카슈끄지 살인계획 없었다고?…추가 '녹음' 있다"(종합)
유력 일간지 필진 보도…"사우디 일행, 카슈끄지 도착 전 살해방법 협의"
이스탄불서 '시신 없는' 장례 기도회 거행…사우디서도 수만명 추모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는 현장의 판단이었다는 사우디 검찰의 발표를 뒤엎는 추가 '녹음'이 있다고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터키 유력 일간지 '휘리예트'의 친정부 칼럼니스트 압둘카디르 셀위는 16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사우디 요원 15명은 카슈끄지 송환 임무가 아니라 '살해 임무'를 받고 터키에 파견됐다고 주장했다.
요원 일행에 부검 전문가인 법의학자가 포함되는 등 종전에 알려진 정황증거 외에도 범행 현장인 주(駐)이스탄불 사우디총영사관 내부 상황이 담긴 녹음이 주요한 증거라고 셀위는 설명했다.
카슈끄지가 살해될 당시뿐만 아니라 그가 도착하기 전후 상황도 녹음됐으며, 터키 당국이 이 추가 녹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암살조'는 카슈끄지가 도착하기 전 총영사관에서 살인을 어떻게 이행할지 서로 상의했다.
셀위는 또 범행 후 이들의 국제전화 내용도 고스란히 녹음됐다고 전했다.
셀위는 또 "카슈끄지가 살해될 당시의 녹음에는 그가 살고자 필사적으로 애쓰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사우디 요원들이 그에게 귀국을 설득하는 정황은 전혀 없다"고 썼다.
전날 사우디 검찰은 '송환조'로 터키에 파견된 팀장이 카슈끄지에게 귀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그에게 약물을 주입해 죽인 후 시신을 훼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말 터키 검찰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직후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이스탄불의 파티흐모스크에서는 카슈끄지의 시신이 없는 채로 상징적 장례의식(장례 기도회)이 빗속에서 거행됐다.
카슈끄지의 지인, 터키 체류 아랍 언론인과 언론 활동가, 정계 인사, 이스탄불 시민이 모여 카슈끄지의 명복을 빌고, 그를 추모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고문으로, 카슈끄지가 생전에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야신 악타이는 전날 사우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악타이 고문은 "사우디 검찰은 살인자들이 카슈끄지를 죽이기로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는 걸 믿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안 믿는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모국 사우디의 메카 대(大)모스크와 고향 메디나에 있는 예언자모스크의 금요기도회에서도 수만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나 기도회 이맘(성직자)은 카슈끄지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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