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영 "동료들 포옹에 위로…내년에는 달라질 것"

입력 2018-11-16 17:14
신재영 "동료들 포옹에 위로…내년에는 달라질 것"

PO 5차전서 10회말 김강민-한동민에 연타석 홈런 허용

"내년에는 슬라이더 완벽하게 다듬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잠수함 투수 신재영(29)은 2018년 KBO리그 포스트시즌 16경기 가운데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플레이오프(PO) 5차전의 '비극적인 조연'이었다.

4-9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해 제이미 로맥을 잡아낸 신재영은 9회초 팀이 기적적으로 동점을 만들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9회말을 무사히 막았고, 10회초 김민성의 2루타로 팀이 10-9로 앞서가며 한국시리즈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신재영은 10회말 김강민과 한동민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넥센을 혈투 끝에 꺾은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마저 집어삼키고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신재영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잊고는 싶은데, 잊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힘들게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9회를 막고 나서 '(박)병호 형이 안 좋다가 홈런을 쳐서 한국시리즈 가면 병호 형이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10회 마운드에 올라갔다"면서 "김강민 선배에게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홈런을 내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8회와 9회 SK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그가 10회까지 혼자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팀은 총력전을 펼친 탓에 마땅히 바꿀 투수가 없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10회에도 등판한 그는 홈런 두 방에 발아래가 푹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재영은 "경기 끝나고 더그아웃에서 많이 울었는데, 동료들이 말없이 한 번씩 안아준 게 큰 위로가 됐다"면서 "도움 될 기회가 왔는데 그렇게 홈런 맞아서 져서 열심히 뛴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끝내기 홈런을 맞고 그라운드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신재영은 이달 초 다한증 수술을 받고 내년 시즌 준비에 벌써 들어갔다.

신재영은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면서 "신경 절제 수술을 받은 탓에 아직은 좀 아프지만, 내년에는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6년 15승을 거두고 신인왕을 탄 신재영은 잔 부상이 겹쳐 올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8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 6.75다.

특히 손가락 물집 때문에 고생했다.

손에 땀이 많이 나 변화구를 몇 번만 던져도 손가락이 갈라지기 일쑤인 그는 손가락을 단련하려고 온갖 수를 다 써봤다.

땀을 줄여주는 기계는 물론이고, 민간요법인 피클과 소변에도 손을 담갔다.

신재영은 "올해는 여러 가지로 잘 안 됐다"면서 "어떤 부분이 안 됐는지 많이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영은 2016년 정교한 제구력의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개의 공만 갖고도 타자를 압도했다.

그러나 올해 구위가 떨어진 탓에 101⅓이닝 동안 홈런 31개를 내주며 고전했다.

신재영은 "세 번째 구종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일단 올해는 팔 스윙이 무뎌진 탓에 슬라이더도 밋밋해진 게 문제였다. 내년 시즌에는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다시 다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야구선수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신재영은 플레이오프 5차전의 좌절을 통해 원치 않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내년에는 실수하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