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달래려고'…美, 터키 반정부 인사 귈렌 추방 검토

입력 2018-11-16 10:09
'에르도안 달래려고'…美, 터키 반정부 인사 귈렌 추방 검토

2016년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 인도 가능한지 문의

"카슈끄지 사건 관련, 터키의 사우디 압박 멈추려는 시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미 NBC 뉴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지난달 연방 법집행기관들에 귈렌을 쫓아낼 수 있는 합법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는 터키 정부의 귈렌 인도 요청을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국토안보부에는 귈렌의 법적 체류 자격에 관한 정보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자국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화가 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달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작전 지시가 사우디 최상층부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배후설을 시사하고 사우디 왕실을 향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억제'의 열쇠를 쥔 사우디가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터키의 압박 수위를 낮추기 위해 '귈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정부는 수년 전부터 미국에 귈렌의 인도를 요청해왔다.

NBC는 "귈렌의 미국 체류 문제는 미국과 터키 관계에서 긴장을 촉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은밀한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핵심 동맹국인 터키와 사우디 사이의 적대감을 해소시키고자 어떻게 시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1999년 미국으로 '셀프 망명'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거주하는 귈렌은 엄청난 수의 추종자를 거느린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로 세계 곳곳에서 '귈렌계' 학교와 기업, 비영리기구 등 수백 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귈렌을 쿠데타의 배후이자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고, 수년 동안 미국에 그의 인도를 요청해왔다.

최근 양국 정부는 귈렌을 터키로 직접 인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의 거처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옮기게 하는 방안을 타진할 수 있는지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도 그를 남아공으로 강제 추방할 정당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이 방송은 진단했다. 더구나 귈렌은 미국 영주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당 기관의 직업 관료들은 귈렌의 추방을 검토하라는 백악관의 요청에 강하게 반발한다고 NBC가 전했다.

이날 보도와 관련해 백악관과 터키 정부 측은 귈렌의 추방 문제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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