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대표 강연 칠레 원주민 항의 시위로 중단
마푸체족 주민 "탄압 공모" 칠레 대통령 출신 바첼레트 대표 비판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제네바에서 강연 중 칠레 원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바첼레트 대표가 전날 제네바 대학에서 디지털 시대와 미래 기술이 자유와 인권에 미칠 수 있는 위협을 주제로 강연하는 동안 칠레 마푸체 부족 원주민 2명이 단상으로 뛰어들었다.
마푸체 부족 전통복장을 입은 이들은 '마푸제를 위한 인권'이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면서 바첼레트 대표가 마푸체 부족을 정치적 이유로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단상까지 올라온 원주민들이 "오늘은 인권 고등판무관, 어제는 범죄인"이라며 구호를 외치자 바첼레트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칠레에는 독립된 사법기관이 있다"고 말했다.
마푸체 부족은 칠레 전체 인구의 약 6%(70만명)를 차지하는 최대 원주민 세력이다. 300여 년간 과거 잉카제국과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을 막아내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19세기 말 현대식 군대를 앞세운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하며 비오비오 강 남쪽 아라우카니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원주민들은 1990년대부터 조상 땅 반환을 요구하며 백인 지주들을 상대로 물리적인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에 취임한 바첼레트 대표는 두 차례 칠레 대통령을 지냈다. 2006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임기를 마친 뒤 2014년 다시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재임 때 식민지배 이후 마푸체 부족이 겪은 공포에 대해 국가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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