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수모의 날'…싱가포르 러-한, 러-일 회담 전 한참 기다려

입력 2018-11-15 19:44
수정 2018-11-15 19:49
푸틴 '수모의 날'…싱가포르 러-한, 러-일 회담 전 한참 기다려

'지각 대장' 이번엔 역으로 기다려…회담장 입장 때 금속탐지기도 통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외교 행사에 상습적으로 늦어 자주 구설에 올라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는 오히려 회담 상대를 기다리는 '수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 참석과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이 전날 양자 회담 상대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한참 동안 기다리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신문은 이와 관련 "보통 외국 손님들이 푸틴 대통령을 오래 기다린 적은 있으나 푸틴 대통령이 그들을 그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러시아-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해 러-한, 러-일 정상회담을 했다.



첫 번째 러-한 정상회담을 위해 호텔 내 회의실에 먼저 도착한 푸틴은 문 대통령을 최소 5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문 대통령이 예정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푸틴 대통령은 취재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 채로 수행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등과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눠야 했다.

코메르산트는 마음만 먹으면 자리를 뜰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푸틴은 계속 서서 기다렸고 얼마 뒤 문 대통령이 도착하면서 회담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약간의 의전 혼란에도 회담은 1시간 이상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뒤이은 아베 총리의 지각은 러시아 대표단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먼저 회의실에 입장해 기다리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도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자 푸틴이 막심 오레슈킨 경제개발부 장관,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 등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평소 각종 정상회담과 외교 행사에 늦게 나타나기로 악명이 높다.

앞서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30분 이상 늦게 도착해 70여 명의 각국 정상들을 기다리게 했다.

지난 9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열린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도 2시간 30분 지각했다. 지난해 9월 역시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이루어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30여 분 늦었다.

푸틴의 지각 습관에 대해선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과 원래 느긋한 성격 때문이란 분석이 엇갈린다.

한편 푸틴은 이날 선텍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러-ASEAN 정상회담장에 입장하면서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는 또 다른 수모를 당했다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컨벤션 센터에 도착해 통상 하듯이 금속탐지기 옆으로 지나가려 했으나 보안 요원들이 그에게 탐지기를 통과하도록 안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푸틴이 탐지기를 통과하는 순간 위험 물품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까지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메르산트는 "이는 말 그대로 이례적인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경우 통상 대통령은 물론 장관들에게도 다른 예비 통로를 열어주지만, 싱가포르 보안요원들은 모든 것을 원칙대로 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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