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환아 수술 중 혈관 손상 사망…40대 의사 무죄
스텐트 빼내는 과정서 혈관 파열…법원 "무리한 수술로 볼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폐동맥협착증을 앓던 4살 어린이를 치료하기 위해 무리한 시술을 하다 혈관이 손상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의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김선영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 심장 분야 전공의인 A씨는 2016년 6월 이 병원에서 B양에게 스텐트(stent) 삽입술을 하다가 혈관을 손상하는 등 의료과실로 B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스텐트는 좁아진 혈관이나 장기가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 삽입하는 팽창형 소형 튜브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6월 29일 오전 8시 30분께 B양이 폐동맥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자 혈관으로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하기로 했다.
B양의 왼쪽 골반에 구멍을 뚫은 뒤 유도 철선을 따라 스텐트를 삽입하던 A씨는 난관에 봉착했다. 주 폐동맥 판막 부위 입구에서 스텐트가 턱에 걸리자 힘으로 밀어 넣다 스텐트 앞뒤 부분에 변형이 생긴 것이다.
이에 A씨는 스텐트를 다시 빼내기로 했다. 하지만 스텐트는 외장골 정맥 부분에 걸려 빠지지 않았고, 이를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catheter)로 빼내려다 골반 근처 외장골 정맥 혈관이 파열되고 구겨지는 등 손상이 생겼다.
이날 오후 3시께 같은 병원 동료 의사가 수술로 스텐트를 빼냈으나 B양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다음날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스텐트를 빼내는 과정에서 출혈이 생겼고 B양이 심부전·부정맥으로 사망한 점을 근거로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판사는 "스텐트 삽입 과정에서 이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하는 것이 수술 부담을 덜 수 있어 우선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스텐트를 바로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고리형 카테터를 사용해 제거하려고 한 것이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혈관 손상 부위가 2∼3㎝로 짧았던 점으로 미뤄 이를 무리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김 판사는 판단했다. 스텐트를 빼내는 과정이 무리했다면 다른 부위에서도 혈관 손상이 발견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B양이 이미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아 심장에 부담이 컸고 부정맥과 심기능 부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수술 과정에서의 혈관 손상이나 출혈을 사망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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