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美 '리비아 방식' 회귀…트럼프, 실무 강경론에 끌려가"

입력 2018-11-15 10:32
정세현 "美 '리비아 방식' 회귀…트럼프, 실무 강경론에 끌려가"

민주 한반도비핵화특위서 강연…"北에 일부 선조치도 설득 필요"

"미국이 北미래핵 동결수준 봉합않게 文정부 비상계획 가동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미국이 북핵 문제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 핵 동결 수준으로 봉합하지 않도록 문재인정부가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전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총회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미국은 남북관계 선행에 반대하고,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한미공조 파괴 행위로 규정하면서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북핵 정책을 추종하길 바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리비아의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선 비핵화 후 경제지원'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2011년 철권통치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보통 '리비아식 해법'이라고 하면 핵포기 일괄타결, 짧은 기간 내 빠른 이행이 특징으로 꼽힌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변화에 대해 "미국 실무자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잘 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간 것이고, 이 문제는 그렇게 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나쁜 행동으로 보고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서히 실무진 쪽으로 끌려가는 게 아닌가 한다"며 "(북핵 해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북한이 항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이해돼 걱정"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움직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자기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인정하고 (우리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어렵다면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핵 문제 봉합과 북미 수교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우리로선 북한의 리비아 방식에 대한 공포를 해소함으로써 비핵화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외교적 협조에 의한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의 리비아 방식에 대한 공포를 해소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선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직접 설득해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에 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선 비핵화를 관철하려고 한다면 진의가 따로 있는지 의심된다"며 "미국의 실무자들은 퇴직 후를 생각해 군산복합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계속 긴장이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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